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5. 2022
결혼생활 패턴이 다 비슷비슷, 고만고만할까?
속사정은 알 길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결혼지옥 프로그램을 보면
'왜 결혼을 해서 서로 힘들게 괴롭히며 사는거지.'
라는 쓸떼없는 참견을 하게 된다.
나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 보면 신혼을 거쳐 첫째아이를
품에 안고 키우기까지는 무난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지만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컸다.
이후로 가족의 완전체를 위해서는 자녀를 더 낳아야 한다는 뿌리깊은 그릇된 편견으로 가족계획을 하였고, 이상하게도 부부의 합의하에 내린 결정은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자녀가 하나 인 것과 둘은 차이가 굉장히 컸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문드러졌다.
타지에서의 삶은 나를 더 고립시켰으며 남편은 한창 사회생활과 더불어 자아실현에 열중하였다.
그런 남편의 삶을 결혼 초반에는 적극 지지하고 싶었고,
나 홀로 아이들을 건사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큰 착각이었다.
몸과 마음이 지치니 짜증이 났고, 화도 났으며 나홀로 감당하고 있는 육아의 절대적인 비율 차이가 못마땅하고 분했다.
남편을 내조하고 싶은 마음의 결심마저 무너뜨릴정도로 얄미운 마음이 샘솟기 시작했다.
다툼이 늘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 가족의 모습에 대한 건설적인 대화가 아닌 투덜투덜에서 시작되어 원망섞인 비난까지 이어졌다.
일방적인 공격에 남편은 대화의 의지를 상실했고,
본인 입장에서는 노력했는데 그 노력에 대한 인정보다는 책망이 늘자 입을 닫고 나를 향한 눈길도 거둬들였다.
나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힘들다고 하소연 했는데, 실제 내 삶의 패턴이 달라지는 게 없었다.
나의 이상이 높았던건지, 남편이 노력했는데도 난 와닿지 않았다.
힐난의 수위는 점점 높아져 자존감 높은 남편의 자아마저 갉아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분이 안풀리고 모든게 짜증, 억울, 화가 났다.
이러한 고된 상황이었을 때 내 본모습이 나온다.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거나, 생산적인 대화를 하거나,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내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는게 아니라 방어적으로 나쁜놈 한명을 만들어
내 감정이 나의 책임이 아닌 그 나쁜놈, 또 그와 엮인
이 상황 탓으로 돌렸다.
역적을 처단하거나 처벌하기 위해 온 에너지를 쏟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정말 구차하지만 그 당시에는 매일 매일 화가 나는데
내가 왜 화가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정말 답답했다.
마음을 터놓고 싶은데 화부터 나고, 눈물이 주륵 흘러 괜스럽게 드라마 속에 나오는 지지리 궁상인 처연한 주인공이 된듯 싶었다.
한참동안 내 마음을 깨닫지 못한 채 화가 가득 난
심술맞은 얼굴을 하고, 갑갑한 마음을 안고,
뾰족 뾰족 날을 세워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펜스를 쳤다.
나의 생존스킬이 잘못 형성된 것임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힘든 것, 어려운 것, 부정적인 것을 모두 뭉뚱그려 맞닥뜨릴 용기를 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혹은 경험하지 못한 채, 피하거나 두려운 마음에 아이처럼 어떻게 해결 해야할지 몰라 잰걸음으로 우왕좌왕하다가 내 마음만 몰라준다,
내가 더 힘들다, 합리화하며 아득바득 우겨대기만 했다.
서로 좋아서 함께하고 싶어서 미래를 꿈꿔 결혼을 했는데
왜 서로의 맞지 않은 것만 확인하게 되는걸까.
어른들 말처럼 서로에 대한 기대심리를 버리면 정말 마음의 안식이 찾아오는 걸까.
나도 일하고, 내가 아이들 다보고, 내가 집안행사도 다 챙기는데..... 이런 억울한 마음이 가득차서 심보가 곱게 안써진다.
아직도 다른 곳으로 탓을 돌리는 나의 무적파워 어린이 방어기제가 좀스럽게 남아있어서일까.
결혼생활을 하는 와중에 이 마음이 가장 풀리지 않고,
나를 곤란하게 만든다.
아님 이제는 서로에 대한 달콤한 마음이 줄어서 일까.
사랑에 관해서는 추상적인 개념을 지닌 난제이니 거르고 싶다.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각자 억울함 없이 동반성장을 하고 있을까.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 든든할까.
나는 남편에게 어떤 존재일까.
남편은 나를 떠올리면 어떤 마음이 들까.
나 역시 남편과 어떤 삶을 이루고 싶은걸까.
아직도 버리지 못한 욕심 때문에 내 마음이 편치 않은 걸까.
나는 어린이 자아에 발목잡혀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걸까.
내가 정말 결혼생활에 있어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뭘까.
결혼생활의 절대적 흐름처럼 아이들이 크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안정이 될까.
남편과 나는 서로 성실히 제 할 일 하며 아이들을 잘 양육하고 있으니 그걸로 된걸까.
이러한 고민과 생각이 들 때 또 회피하지 않고, 나의 가치관 정립을 위해 골똘히 헤아려봐야겠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서로 변하지 않는다는 불미스러운 의심과 대화방식의 차이 등 수많은 언덕배기가 버티고 있지만
내가 먼저 바르게 서야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에
가치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