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생이'가 되다

자취가 새로운 사람을 만든다

by SolCat

자취를 시작하다. 그러나...(2020초반)


하숙집에서 나와서 원룸을 얻고 자취를 시작했다. 더 저렴한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 수도 있었지만, 대학가 근처에 있고 통금시간이 없는 자유로운 자취생활이 더 탐났다.


편의점 알바를 그만뒀지만, 뭔가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일을 찾기 위해서 단기 알바로 편의점이나 PC방에서 일하기도 했다.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초중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주제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싶다.


하지만 그런 평화로운 나날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그렇게 했다.


그렇게 마스크를 쓰면서 학원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잠깐 본가에 갈 일이 있어서 내려갔는데 하필이면 본가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말았다. 학원 원장도 내가 코로나 위험 지역을 다녀온 걸 달갑게 여기지 않았을 터이다.


학원에서 2개월 만에 '잘렸다'.

잘렸다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학원 원장은 코로나 발병 이유로 확진자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학원 운영을 임시 중단했고, 나도 일자리를 잃었다. 모든 것이 멈춘 듯했다.


고립된 생활과 변화된 소비 패턴(2020 초중반)


이제 학과 모임이나 동아리 모임도 예전처럼 활발하게 하지 않아서 대학가도 활기를 잃었다. 수업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해서 사실상 수업 들으러 대학교 근처에서 지낼 필요도 없었다.


개강 이후 한 2개월간 본가에서 생활한 적도 있다. 하지만 독립적인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다시 자취방에서 살았다.


나가서 누굴 만날 일도 없으니 옷에 들어가는 돈도 없고, 모임도 없으니 술 먹는 돈도 없고, 차도 없어서 기름값도 안 나간다. 그러다 보니 철저히 필요한 것 위주로 돈을 쓰기 시작했다.


식사는 주로 요리로 해결했다.

내가 말하는 요리는 라면을 끓여 먹거나 즉석밥을 데워서 참치캔이랑 먹는 것도 포함한다. 하지만 삼시 세 끼를 그렇게 먹으면 큰일 날 수 있다.


마트에 가면 여러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식재료를 산 다음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해서 요리해서 먹거나 하는 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아래에 내가 마트에서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하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1. 삼겹살보다는 앞다리살, 뒷다리살이다.


솔직히 삼겹살은 너무 비싸다. 마트에서 사도 100그램당 2~3천 원이고, 고깃집에 가면 그 두 배다. 그래서 그냥 구이용 앞다리살이나 뒷다리살을 먹었다. 앞다리살은 2020년 기준으로 100그램당 99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뒷다리살은 더 싸다.


어떤 사람은 앞/뒷다리살은 불고기에나 쓰지 왜 구워 먹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마트에서 파는 구이용 앞다리살은 생각보다 맛있다. 오리 로스구이라고 생각하고 먹자. 뒷다리살은 좀 퍽퍽하긴 하지만 쌈장이랑 먹으면 그나마 먹을 만하다.


2. 대용량으로 사라.


집에 냉동 기능이 있는 냉장고만 있으면 대용량으로 식재료를 구매해도 문제가 없다. 다만, 냉동고에 보관할 수 없는 식품들(우유, 고추장 등)은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2kg짜리 대용량 떡볶이 떡을 3~4천 원 정도 주고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배달로 떡볶이를 사 먹는 대신 그걸로 몇 주 동안 먹은 적이 있다. 맛은 별로지만 소중한 돈을 많이 아꼈다.


3. 유통기한 임박 세일을 노려라.


대형 마트에 가면 주로 저녁에 문을 닫기 전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들을 처리하기 위해 아주 싸게 판다.


주로 초밥이나 치킨 등 조리된 식품들을 그렇게 파는데, 가끔 유제품이나 육류, 가공식품도 그렇게 세일해서 파는 곳도 있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식품들은 냉동고에 보관해 놓고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으로 데워서 먹자.


4. 싸다고 막사는 습관은 버려라.


감정 소비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내가 전에 의도하지 않았던 걸 사게 되는 소비습관을 말한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는데, 이런 세일 상품들도 감정 소비를 유도한다. 구매자가 본인이 현명한 소비자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소비하게 하는 것이다.


마트가 폭탄세일을 하면 그 저렴한 가격 때문에 유혹되어 필요는 없지만 그냥 가격이 싸서 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100 그램에 990원 하는 앞다리살을 사러 마트에 갔는데 1등급 한우가 원래 100그램에 10000원인데 반값 세일해서 5000원에 팔고 있다. 결국 이 반값 세일에 유혹되어 앞다리살보다 5배 비싼 한우를 사 먹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한우가 정말 필요해서 샀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본인이 잘 알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기본적으로 가지고 가는 생각들이다. 절약하는 소비 습관을 가지려면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지키는 것이 좋다.

헬스장 대신 맨몸운동으로(2020 전반)


코로나 사태 때문에 교내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대학가에 있는 헬스장도 역시 문을 닫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맨몸 운동뿐이었다. 헬스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교내 헬스장은 1달에 2만 원 정도 했고, 대학가에 있는 헬스장은 1달에 5만 원 정도 했다. 2년 후 다시 헬스장에 다니긴 했으니 적어도 48만 원 정도 절약한 셈이다.


어차피 비대면 수업이라서 남는 게 시간이었다. 그래서 매일 저녁 운동장으로 가서 팔 굽혀 펴기, 플랭크, 3km 달리기를 번갈아가며 했다.


처음에는 1km도 달리기 힘들었지만, 계속 꾸준히 시도하다 보니 어느 세 3km 정도는 쉽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 운동하면서 몸무게가 많이 줄어들었고,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기분도 상쾌했다. 만날 친구도 별로 없는데도 별로 우울한 생각도 들지 않았다.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우울한 감정에 빠지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감정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삶의 목표를 망각할 수 있다. 돈을 절약하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 이유를 망각해 버린다면 결국 돈을 아껴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기를 파괴하게 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우울감에 빠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주식을 시작해 보다(2020 중후반)


경고! 아무 준비도 없이 무리하게 투자하다가 큰 망신을 당할 수 있다. 재테크는 뭐든지 철저히 준비하고 하자.


처음에는 아버지의 권유로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받은 성적 장학금 일부를 가지고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익이라고 해봤자 많아야 한 달에 몇 천원도 안 됐다. 딱히 주식에 대한 공부도 안 하고 그냥 아버지가 추천해 주는 주식이나 사서 투자했다.


하지만 이래서는 투자 수익도 별로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뉴스를 보면서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면서 투자를 했다. 뉴스를 보고,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해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저평가된 주식들을 사들인 다음 가치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파는 방식으로 해서 투자하곤 했다. 수익금은 별로지만 손해는 안 봤다.


처음부터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 조금씩 투자하면서 소액이라도 투자 수익금을 얻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다.


현재는 다른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주식 투자를 잠깐 중단했다. 기회가 되면 주식에 대해서 철저히 공부한 다음 계획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야 이 쫌생아!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것 좀 사 먹어라!


엄마는 대학생 때 자취상활을 해본 적이 없으시다. 그래서 자취에 대해 뭔가 환상을 갖고 계신다. 현실은 돈에 쪼들리는 가난한 대학생일 뿐이다.


그래도 난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다.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학교로부터 장학금도 받았다. 다른 친구들을 보면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도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있거나 삼시 세 끼를 라면으로 때우는 경우가 있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하루는 엄마가 내가 사는 자취방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사는지 직접 보고 살짝 놀라신 듯했다. 내 생활 습관이 본인이 느끼기엔 꽤나 구두쇠 같았나 보다.


그 이후로 엄마는 나에게 뭐 먹었냐고 자주 안부 전화를 하게 되었다.


"아들~ 저녁 뭐 먹었어?"


"라면이요."


"그것 가지고 밥이 되냐? 좀 나가서 사 먹어, 이 쫌생아!"


그렇다. 내가 엄마한테 쫌생이로 불리게 된 것도 이맘때쯤이다.


엄마는 모른다. 상당수의 대학생들은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거르거나 영양분이 부족한 음식만 먹어서 심할 경우 옛날 선원들이나 걸렸다고 하는, 잇몸에서 피가 나는 괴혈병에 걸리게 된다는 사실을.


하지만 나는 최소한 건강은 챙기기로 했다. 점심은 즉석밥에 햄 통조림, 저녁은 직접 끓인 김치찌개로 먹어도(다행히도 김치는 부모님 댁에서 얻어 왔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술담배를 거의 안 했다.

술은 모임이 있을 때만 먹고, 그 모임마저도 최대한 적게 참석했다. 담배는 전혀 피우지 않는다. 난 담배에 중독되지 않는다. 그리고 편의점 알바를 해 봤기 때문에 담배가 얼마나 비싼지도 안다.


지금도 술담배는 가능하면 최대한 손 안 대려고 한다.


이렇듯 내가 이런 '쫌생이' 생활 습관을 가지게 된 건 대학교 2학년인 2020년 이후부터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쫌생이 모습이 되기까지 과도기가 있었는데, 이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다음 장에서는 내가 절약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을 소개하겠다.


Ps. 사진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에 본가 근처에서 찍은 아파트 사진이다. 보다시피 사람들이 밖에 안 나가서 집에만 있는지 거의 모든 층이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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