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아껴야 할걸 모르던 시절

by SolCat

절약하는 습관은 돈을 차곡차곡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게 너무 과하면 없는 것만 못하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과연 나는 어떤 과한 짓을 했는지 알아보자.



난방비가 아까워서 찬물샤워를 했다.


자취를 처음 했을 때 다달이 나가는 난방비가 아까워서 그냥 난방을 안 틀었다. 샤워도 찬물로 했다.

한겨울에 난방도 안 틀고 찬물샤워를 한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심했던 것 같다.


집은 얼음장처럼 추웠고, 샤워를 할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한 다음 찬물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찬물샤워의 장점이 몇 가지 있다고 들었지만, 계속 찬물샤워만 하다가는 못 버틸 것 같았다.


심지어 머리도 찬물로 감았는데, 머리에서 샴푸가 잘 씻겨 내려가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안될 것 같아서 결국 두 달 후 샤워할 때만 난방을 틀기로 했다.


사실 단순히 난방 없이 버티는 건 할 수 있다. 옷을 여러 벌 겹쳐 입거나 양말을 신거나 하면 집이 추운 것 정도는 극복해 낼 수 있지만, 찬물샤워는 힘들다.


적응력이 좋아서 몸은 찬물로 씻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머리를 찬물로 감는 건 힘든 일이다.

머리에 묻은 샴푸는 찬물에 잣 씻겨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비가 아까워서 먼 거리를 걸어갔다.


택시를 타고 7~9분 걸리는 거리를 택시비 7~8천 원이 아깝다고 그냥 걸어서 1시간 20분을 가곤 했다.(고속화도로를 지나서 갔기 때문에 거리가 거의 4km에 육박했다.)


대중교통을 타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버스는 9시 이후로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밤늦게 시내에서 캠퍼스로 이동해야 할 때 주로 그렇게 했다.


그 1시간 20분짜리 경로에는 사람이 걷기 편하게 되어 있는 인도도 있었지만, 차가 쌩쌩 다니는 고속화도로 가드레일 옆 갓길도 있었다.(부모님이 이 사실을 알면 난 죽는다!)


하지만 고작 이 1시간 20분짜리 거리는 나에게 일상이었다. 왜냐하면 이보다 더 심한 짓을 저지른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전남 목포시에서 무안군까지 걸어가려고 했었다.


도데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목포에서 무안으로 갈 일이 있었다. 늦은 시간 대에 고속철도를 타고 목포역에 도착한 후, 그 시간까지 다니는 시내버스로 '무안에서 가장 가까운' 종착점까지 갔다. 내 기억상으론 아마 목포 IC 근처였던 것 같다.


아무튼 종착역에 내린 후 위 사진에 나와 있는 경로를 걸어서 갔다. 밤 10시에 교통비나 모텔값이 아깝다고 국도 한가운데에서 무안군이 있는 북쪽으로 멍청하게 걸어갔다.


밤늦은 시간이라 차도 잘 다니지 않고, 가로등이 없어서 달빛에만 의존하여 간신히 걸을 수 있는 구간도 있었다.


처음 1시간 정도는 기분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아무도 없는 도로 위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영화 등장인물이나 만화 캐릭터 성대모사를 하면서 걸어갔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난 후, 휴대폰 배터리도 고갈돼서 GPS 지도를 사용할 수 없었고, 힘이 고갈되면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터벅터벅 걸어가게 되었다. 내 등 뒤로 차들이 쌩쌩 지나가면서 약간 두려움도 느꼈고, 도로 주변 가정집에 사는 개들이 짖으면서 내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저 지도에서 한 3분의 1 지점 정도 갔을까, 한 차량이 걸어가는 나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그리고 안에 있던 사람이 창문을 내리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어서 타세요!"


결국 몸도 마음도 지친 나는 그분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데서 고생을 하냐는 젊은 운전자의 질문에 나는 그냥 돈이 없어서 그랬다고 둘러 댔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여러 번 고맙다고만 말했다.


다행히 그 운전자도 나와 같은 목적지로 가는 길이었기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았지만, 교통비를 아끼겠다는 내 이기심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돈을 아끼는 대신 시간과 체력을 버렸다. 이런 짓은 두 번 다시는 못 하겠다.


하지만 두 번 다시는 못 할 짓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모텔비가 아까워서 화장실 바닥에서 노숙을 했다.


교외 실습 때문에 교통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던 때라서 평소보다 돈에 민감하던 시절이었다.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려고 했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해 제 때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어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쳤다.


집에 가려면 다음 날 아침 일찍 첫차를 타고 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을 곳을 찾아야 했다.


처음에는 찜질방을 찾아봤다. 하지만 근처에 찜질방을 갖춘 사우나는 없었다. 그렇다고 모텔에 가서 비싼 돈을 쓰기는 싫었다. 난 이때 PC방이라는 좋은 선택지가 있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말았다.


결국 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서 자게 되었다.

한겨울에 이불도 없이 입고 있던 패딩을 겨우 이불 삼아서 차디찬 화장실 변기칸 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베개로 내 가방을 썼다.


처음 1 시간 정도는 어느 정도 버틸만했다. 하지만 새벽이 되자 기온이 떨어졌고,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변기칸이 좁아서 똑바로 자세를 펴고 잘 수도 없었다. 쪽잠으로 자야 했다.


새벽 4시 30분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저체온증으로 죽고 만다. 결국 화장실에서 나와서 몸에 열을 내기 위해 거리를 좀 걷기로 했다.


그렇게 아침 7시쯤에 있는 첫차를 타기 전에 계속 걷기만 했다. 피로에 찌든 채, 씻지도 못하고, 그냥 좀비처럼 걸었다.


6시쯤. 춥고 배고파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었다. 계산대에서 말을 하려고 했는데 몸이 떨려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입이 덜덜 떨리면서 최대한 말을 하려고 노력했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이런 노숙은 살면서 한 3번 정도 해 봤다. 하지만 이 3번 다 내 몸과 마음을 고통스럽게 했고, 다음부터는 이런 미련한 짓은 안 하기로 했다.


요즘은 모텔비가 아깝거나, 모텔이 꽉 찼거나, 주위에 찜질방이 없으면 24시간 영업하는 PC방을 찾는다.


PC방에서는 시간당 1000원에서 2000원 정도만 내면(더 비싼 곳도 있긴 하지만) 그 자리에서 자든 말든 뭐든지 할 수 있다. 주위에서 게임한다고 떠들어대는 소리 때문에 잠이 안 온다면 그냥 헤드셋 끼고 유튜브에서 괜찮은 수면 유도 ASMR 영상 하나 찾아서 푹 자자.


하지만 이런 곳은 절도 등의 범죄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최대한 주의하자. 불안하면 안전한 숙소를 마련하는 게 최고다.



지금까지 내가 돈을 아끼기 위해 했던 과한 짓들을 소개했다. 아마 '아끼면 똥 된다'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호기심으로라도 내가 위에서 했던 짓들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택시비가 아깝다고 차로 가야 하는 거리를 걸어가거나 모텔비를 아낀다고 노숙을 하는 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월급쟁이가 된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바로 다음 장에서 알아볼 것이다.


Ps. 사진은 내가 살던 자취방 근처 분리수거장에서 발견한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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