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사람이 얻는다.
누군가와 쌓여있던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카톡을 하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왜 이 시간에 이 사람과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스치자, 자연스럽게 검색창에 손이 갔다.
그때 입력한 단어는 Givers Gain이었다.
처음에는 주는 만큼 돌려받는다는 단순한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관계의 개념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검색해보니, 그 의미는 훨씬 더 깊었다. Givers Gain, 즉 주는 사람이 더 많이 얻는다는 원칙은, 단순한 이익 교환을 넘어 신뢰와 관계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눔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믿고 실천하는 철학이다.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이론적인 거래 이상의 것, 진정성에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검색 결과보다는 그 단어 자체에 더 집중했다. 그것을 검색창에 입력했던 이유는 결과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단어를 내 손으로 타이핑하고, 눈으로 보고, 다시금 되새기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그 사람과 카톡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비슷했다. 대단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깊은 감정이나 특별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다. 단지, 우리는 서로에게 줄 것이 있었고, 서로에게서 얻을 것도 있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줄 것이 있고, 그 사람도 나에게 줄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소소한 소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치 작은 교집합처럼, 그 관계 속에는 계속 주고받을 무언가가 있었다. 줄 것과 받을 것이 있는 이상, 이 대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조건으로 정의하거나, 나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준으로 삼곤 했다. 때로는 부모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을 찾고자 했고, 때로는 내가 베풀어야 할 조건 없는 사랑의 대상을 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Givers Gain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사람, 물질적이든 감정적이든 서로에게 계속해서 줄 수 있는 무엇이 존재하는 관계가 내게는 중요하다. 타오르는 열정보다는 서로의 필요를 알아보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관계, 그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이 유지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해하게 됐다. 내가 필요한 것을 주는 사람은 고맙고, 반대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더욱 소중하다.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는 관계에 대한 미련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한때 소중했지만, 이제는 의미가 옅어진 관계에 대한 미안함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감정보다 더 강력한 것은 바로 ‘필요’다. 검색창에 넣었던 Givers Gain이라는 단어를 한참 바라보며, 그 의미가 더 깊이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무엇을 주고,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생각이 나를 이끈다. 주는 만큼 돌아오는 법,
그게 바로 Givers Gain의 본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