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디자인을 마주할 때 우리는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이거 너무 예쁘다.” 혹은 “왜 이렇게 촌스럽게 만들었지?”
하지만 이 말들은 대부분 나의 관점, 나의 미감, 나의 취향에 기대어 있습니다.
그래서 묻게 됩니다.
‘좋은 디자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UX(User Experience)는 사용자가 어떤 흐름 속에서 서비스를 경험하는지를 의미하고,
UI(User Interface)는 그 경험을 돕는 시각적 구조입니다.
UI가 구조라면, UX는 감정이고 맥락입니다.
좋은 UI는 UX를 방해하지 않고, 좋은 UX는 UI를 낯설게 만들지 않습니다.
‘예쁘다’는 기준은 때때로 이 흐름을 망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감각적인 인터페이스가 오히려 사용자의 결정을 더디게 하고,
과도한 절제는 기능에 대한 이해를 늦추게 만듭니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감각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모든 디자인에는 대상이 존재합니다.
20대 취향의 패션 앱과, 50대가 주로 사용하는 생필품 쇼핑몰의 톤이 같다면 그건 예쁘든 아니든 틀린 설계입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큰 글씨와 높은 대비, 큼직한 버튼이 ‘친절함’이 됩니다.
반대로 감성소비 중심의 MZ세대를 타깃으로 한다면, 복잡한 정보보다는 이미지 중심의 미니멀 레이아웃이 설득력을 가지게 되죠. 디자인은 예쁜 게 아니라,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디자인은 시선을 유도하고, 사용자의 흐름을 결정짓는 동시에 제품에 대한 ‘가치 인식’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저렴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에서 고급스로운 이미지와 절제된 컬러, 세련된 타이포그래피와 여백 중심의 미니멀 UI를 사용한다면 사용자는 오히려 “여기 제품들 생각보다 비싸겠는데?”라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고가 브랜드가 산만한 배너, 눈에 띄는 할인 마크, 원색 배경을 사용하면 제품 가격이 아무리 높아도 사용자에게는 ‘값싸 보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죠. 즉, 실제 가격이 아니라 디자인이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를 프레이밍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이소몰
다이소몰은 화이트 베이스의 정돈된 레이아웃과 직관적인 상품 배열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합니다. 제품 이미지와 가격 정보는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1,000원대’, ‘균일가’, ‘추천 상품’ 같은 키워드는 빠르게 인지되도록 구성돼 있죠.
‘싸고 실용적인 쇼핑’이라는 브랜드 인식은 과한 장식 없이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쿠팡
쿠팡의 디자인은 늘 논쟁거리입니다. 원색 계열의 색채, 촘촘한 레이아웃, 눈에 띄는 아이콘과 배너들.
“너무 촌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한편, “이렇게 직관적인 UI가 어디 있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디자인은 의도된 전략입니다.
쿠팡은 거의 전 연령층이 사용하는 '국민 앱'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예쁜 디자인’보다는 ‘익숙하고 알아보기 쉬운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마트 전단지처럼 가격이 눈에 확 띄고, 카테고리별 아이콘이 큼직하게 분리돼 있으며, 상품 정보는 많은 설명 없이도 한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사용자를 고려한 ‘친근한 복잡함’은 젊은 세대가 보기엔 과해 보일 수 있지만, 사용성이 증명된 설계입니다.
감각적인 디자인은 눈길을 끌지만, 타깃이 낯설어하면, 그 감각은 곧 장벽이 됩니다.
정교한 글꼴, 절제된 컬러, 빈 공간의 미학이 모든 것도 정확한 타깃이 있을 때만 설득력을 가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련됨은 곧 낯설음이 되고 낯설음은 결국 이탈로 이어지게 됩니다.
디자인은 감각의 뽐내기가 아니라, 공감의 길찾기입니다.
UI/UX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전략적 언어입니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사용자의 눈높이로 말하고 있는가.
그 눈높이는 연령일 수도, 직업일 수도, 또는 구매 경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디자인을 시작할 때, 우리는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던져야 합니다.
“이건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
“이 디자인은, 그들에게 익숙하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가?”
이 질문 없이 완성된 디자인은 아무리 예뻐도, 사용자에겐 머뭇거림이 남는 화면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