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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을 신뢰로 만드는 UX원칙

by 김석민

프로젝트는 늘 ‘오픈’을 목표로 달려갑니다. 기획은 구조를 설계하고, 디자인은 브랜드의 인상을 입히며, 개발은 기능을 구현합니다. 하지만 웹사이트의 진짜 역할은 오픈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사용자는 클릭하고, 스크롤하고, 정보를 찾고, 결제를 시도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춥니다. 그 지점에서 불편이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스템 오류처럼 명확하지 않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예외’로 분류되거나 간과된 틈에서 시작되고, 그 작은 틈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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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은 ‘설계 밖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UX 설계는 이상적인 흐름을 전제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 행동은 언제나 그 틀에서 벗어납니다.

로그인하지 않은 채 주문을 시도하거나

모달창을 닫지 않고 ‘뒤로 가기’를 누르거나

주소를 복사해 붙여넣는 방식으로 입력하거나

결제 실패 후 새로고침으로 재시도하는 등

이러한 행동은 문서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서비스 현장에서는 일상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예상 밖의 흐름에 대한 대응 여부가 사용자 피로도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로그인 없이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이 결제 단계에서 세션 만료로 모두 사라졌다면, 사용자는 단순한 ‘기능 불편’이 아니라 브랜드로부터의 ‘배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불만은 ‘설계되지 않은 경계선’에서 피어납니다. 따라서 UX 설계자는 핵심 플로우뿐만 아니라, 중단, 우회, 반복, 실패, 탐색과 같은 '비정형 흐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곧 설계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클레임 대응은 UX 설계의 일부입니다.


많은 서비스에서 클레임 대응은 운영팀이나 고객센터의 역할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불만이 인터페이스 내부에서 시작되고, 그 해결 방식 또한 사용 경험의 일부입니다.

FAQ는 검색 중심인가, 카테고리 중심인가?

챗봇의 응답 어조는 사용자를 밀어내고 있진 않은가?

오류 메시지는 단절을 유발하는가, 아니면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가?

복구 흐름은 초기화되는가, 아니면 사용자의 진행 상태를 기억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세션이 만료되었습니다. 다시 로그인해 주세요.” 라는 메시지는 사실을 전달하지만, 사용자가 처한 상황이나 맥락을 전혀 반영하지 않습니다. 작성하던 글이 사라졌는지, 장바구니가 비었는지 알 수 없는 채, 사용자는 당황하고 이탈합니다.


반면,
“잠시 자리를 비우셨군요. 작성 중이던 내용은 저장돼 있어요. 로그인 후 바로 이어서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안내를 넘어서, 사용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리고 ‘돌아가도 되겠다’는 안심을 통해 신뢰를 회복합니다.

UX는 단지 이상적인 흐름만을 설계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패를 어떻게 처리하고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설계 역시 브랜드의 태도를 드러내는 핵심 요소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불만은 리스크가 아닌,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불만은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넓게 확산됩니다.
그리고 쉽게 공감을 얻으며, 하나의 여론을 형성합니다.

확산성: 한 장의 캡처와 함께 SNS에서 수십 배로 퍼집니다.

영속성: 검색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노출됩니다.

집단화: 비슷한 경험을 한 사용자들이 빠르게 연결됩니다.

이제 불만은 고객센터에서만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서비스 외부로 퍼져나가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됩니다.

그렇기에 불만은 ‘나중에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 UX 시나리오 안에 사전에 포함되어야 할 고려 요소입니다.

아래는 실제로 자주 반복되는 클레임 발생 구간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설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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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대응은 단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의 신뢰를 유지하는 ‘디지털 회복 탄력성’을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불만은 가장 솔직한 피드백이며, 전략 자산입니다.


우리는 종종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사용자 의견을 수집합니다.
그러나 불만은 그보다 훨씬 더 직설적이며, 감정이 실려 있습니다.

그 속에는 다음과 같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사용자는 언제 기대를 접었는가?

어떤 흐름이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느껴졌는가?

어떤 문장이 오해를 불러왔는가?

브랜드의 메시지와 사용자의 인식은 어디서 엇갈렸는가?

예를 들어, 앱 리뷰에 남겨진 “결제할 때마다 로그인이 풀려서 짜증나요”라는 한 문장은,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 브랜드에서 존중받고 있지 않다'는 감정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드백은 VOC 시스템 외에도, 커뮤니티, 리뷰, 채팅방, SNS 등 흩어진 채로 존재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조각난 감정들을 모아 디지털 사용자 여정의 현실적 기준으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신뢰는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비롯됩니다.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그러나 회복을 설계한 시스템은 존재합니다.

사용자는 기능의 완성도만으로 브랜드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고 브랜드의 진심을 판단합니다.

불만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브랜드가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불만’ 또한 기획해야 합니다.

예외를 설계한 팀만이, 진정한 신뢰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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