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육아와 물건 돌려 쓰기에 대한 생각
며칠 전이었다.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J의 옷과 신발이 작아져서 첫째 아이에게 주면 어떻겠냐는 거였다.
'어떻긴요. 그저 감사합니다!'
중고에 크게 개의치 않는 우리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안 그래도 또래보다 키가 커서 새로 옷을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옷뿐만 아니라 신발까지 모두 물려준 고마운 J 언니.
작은 신발들을 모두 다른 아가에게 물려준 후 약간은 큼직한 크록스 하나로 버티고 있었던 첫째에게는 덕분에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 되었다.
한꺼번에 생긴 신발에 너무 신이 나서 이것, 저것 신어보며 꼭 쇼핑 온 것처럼 한참 법석을 떠는 첫째를 보니 행복이 뭐 별건가 싶었다. 그리고 여러 아이들이 이렇게 서로 돌려쓰고 나누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아이를 키우는데 큰 것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저 갓난아기 때는 분유와 기저귀가, 지금 같이 쑥쑥 클 때는 때에 맞는 옷과 신발이 있으면 그만이다. 거기에 엄마, 아빠의 관심과 함께 하는 시간, 여러 활동이 더해진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고 행복해한다.
그런데 요즘은 보통 아이가 하나이거나 많아야 둘이다 보니 각자의 아이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하려고 하고 그것이 때때로 물건 구입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이나 애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오히려 관심의 결핍이 될 수가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물건으로 사랑을 대체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한 아이들은 크고 나서도 낭비를 하거나 사치를 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우리가 각자의 섬으로 고립되어 개별적으로 살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루어 공동 육아를 하고 서로의 물건도 물려주고, 돌려가며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도 혼자 한 명의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는 여러 부모들이 모여 다수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보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다. (아마 경험해 보신 분들은 적극 공감하실 것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언젠가 읽었던 '이토록 멋진 마을'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일본 후쿠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어떻게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고 출산율 증가라는 기적을 이루어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것의 중심에는 바로 '마을 공동체'가 있는데 노년 계층이 마을의 어린아이들을 돌보면 청장년층이 일을 하고 마을의 경제를 책임지는 협력적인 시스템을 보여준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10962093
누구나 꿈꾸는 듯한 이런 시스템이 꼭 어떤 정치가나 행정가에 의해서만 설계되고 운영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일상 속에서 하듯 하되 더 많은 것을 나누고 함께 하고 서로 돕는다면 그것이 곧 하나의 체계가 되고 선순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이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고 함께 하며 더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이것은 때로 큰 과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같이 모여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보람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교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을 가진 첫째는 알아서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잘 어울리기를 바랄 뿐이다. 또 지금처럼 서로 나누고 함께 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살아가는 데 있어 사실 그다지 많은 '물건'은 필요 없음을, 대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지속적인 관계와 그것을 통해 이루어내는 '공동체'가 중요함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 물론 엄마, 아빠도 그렇게 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