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면서도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방법 - 재택근무
지난 해 12월 14일에는 오랜만에 보스와 1:1 미팅을 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반 년간의 성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의 계획을 의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둘째 임신 사실을 알리고 출산 휴가 및 재택 근무에 대해 협의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이 곳 싱가포르의 출산 휴가는 4개월입니다. 이것도 싱가포르 국민(Singapore citizen)이나 영주권자(PR: Permanent Resident)에 한하고 보통의 외국인들은 2개월 뿐입니다. 때문에 보통의 워킹맘들은 출산 휴가 앞, 뒤로 재택근무를 하며 최대한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출산할지 싱가포르에서 출산할지 결정하지 못했던 미팅 당시, 한국에서의 출산을 고려하여 2022년도에도 계속해서 재택 근무를 하겠다고 보스에게 얘기했습니다.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늦어도 임신 32주에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그것이 3월 경입니다. 그래서 1~2월은 싱가포르에서 3월부터는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하다가 출산을 하고 이후 출산휴가 및 개인 연차 사용을 하겠다고 건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보스의 반응은 의외로 너무 쿨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 언제든 원하면 한국에 가도 돼. 지금 바로 가서 5월까지 쭉 있다가 출산 휴가 들어가도 되고. 나는 너가 어디에 있든 그건 상관하지 않아. 너가 한국 사무실에 출근하며 한국 직원들과 더 돈독한 관계를 맺는 것도 내가 바라는 일 중 하나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컨펌을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사실 이것이 당연하게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보스와 회사에 너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전 회사의 경우에도 같은 싱가포르, 외국계였으나 출산 직전까지도 회사 사무실에 출근을 시키며 너무 괴롭혔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는 정치적 상황이 더해져서 더 복잡했던 면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원들을 배려하는 경우는 한국에서도 싱가포르에서도 흔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새해 들어 보스와 다시 미팅을 하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것이 꼭 출산과 관련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확실한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전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사무실에서 일하든 지원하겠다는 보스의 의지가 있습니다. (실제 그럴 권한과 능력도 있으시고요.)
그래서 생각하는 것은 파이어족의 재정적 목표를 달성했을 때 반드시 은퇴를 해야 할까? 하는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이어족을 꿈꾸는 것은 보다 유동적인 시간 사용을 위해서입니다. 자유로운 시간 활용을 통해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이지요.
그런데 만약 회사의 근무를 유동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원하는 곳에서 재택이든 사무실 출근이든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며 가족과의 시간 및 개인 활동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꼭 조기은퇴가 필요할까요?
어느 정도 협의가 가능한 근무 여건이라면 개인적으로는 은퇴가 필수가 아닌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100%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는 않겠지만 말이지요.
그런 면에서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면 '반 파이어족의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에서 경력을 잘 쌓은 후 다른 나라로 전근을 가는 것입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며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더 다양한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조기 은퇴 없이도 '파이어족'의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준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커리어 발전 기회, 가족의 다양한 경험, 추가 수입의 확보 등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하면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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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파이어족 중 한 명인 팀 페리스(Tim Ferirss)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 (the 4hour workweek)' 책에서도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첫 단계로 바로 '재택근무'를 들고 있습니다. 집이나 어디에서든 일하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 이상으로 그 능력을 입증하여 보스의 신임을 얻으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차근차근 재택근무 체계로 전환하여 개인의 시간을 확보하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재택근무 협의가 완료 된 2022년은 파이어족의 첫 단계에 진입하는 의미 있는 한 해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업무는 물론 개인 활동을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습니다. 혹 개인 활동이 본업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낸다면 그때 정말 조기은퇴를 고려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조기 은퇴의 기준은 2가지 입니다.
- 개인의 활동 수입이 본업의 수입을 초과할 때
- 본업의 업무 시간이 개인의 활동이나 가족과의 시간에 지장을 줄 때
앞으로 1년, 그리고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까지 남은 5년 간 개인의 활동(=글쓰기, 작가/기자의 제2의 자아)을 발전시키고 완성하려고 합니다. 그와 함께 파이어족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으며 조기은퇴냐 업무의 지속이냐를 계속 고민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