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밤하늘의 나를 바라보며...

by Napolia


하늘을 읽는 시간

멍하니.
그저 멍하니 고개를 든다.

하루 스물네 시간, 그 견고한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과연 몇 번이나 저 위를 올려다볼까. 출근길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신호등 앞에서 잠깐? 아니면 빌딩 숲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을 느낄 때?

다람쥐 쳇바퀴. 지겹도록 들어온 비유지만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을 찾지 못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을 내일. 숨 가쁘게 달리는 것 같지만 결국 제자리걸음인 매일의 반복 속에서, 나는 과연 숨을 쉬고 있었나.

아니, 살아는 있었나.

나를 비추는 건 욕실의 네모난 거울만이 아니다.
거울 속의 나는 그저 피로가 내려앉은 겉가죽일 뿐.
진짜 나는 저 허공에 있다.

고개를 젖히는 그 짧은 찰나의 여유가 허락될 때, 나는 비로소 껍데기를 벗고 날것의 자아와 마주한다. 저 광활함 앞에서는 감출 것도, 꾸밀 것도 없기에. 나는 나를 온전히 대면한다.

때로는 대낮의 화려한 푸름보다, 모든 빛을 삼킨 캄캄한 밤하늘이 더 살갑다.

그 어둠 속을 가만히 응시하다 보면 보인다. 낮에는 빛에 가려 보이지 않던 구름의 거뭇한 뒷그림자가. 그리고 억겁의 시간을 건너와 마치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춰 있는 별빛이.

그 정지된 듯한 이동.
그 고요한 반짝임.

그 압도적인 정적 앞에서, 내가 아등바등 붙잡고 있던 '시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깨닫는다. 조급함도, 불안도, 흘러가는 초침 소리도 저 까만 하늘 위에서는 힘을 잃는다.

무의미하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그 무의미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작은 자유를 얻는다.

고개를 든다.
하늘을 본다.
나를 본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를 읽는다.


B&E 01년 11월 어느 날

밤하늘의 작은 여백에 나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