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은 택배다.
젊은 날의 나는 포장에 집착했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내용물보다 박스를 더 화려하게 꾸미는 데 열을 올렸다.
어려운 단어라는 비싼 포장지로 문장을 감싸고, 현란한 수사라는 리본을 달아 폼을 잡았다. 박스가 크고 화려할수록 그 안의 내용도 훌륭해 보일 거라 착각했다. 그것이 작가의 멋이라 여겼다.
하지만 나이테가 굵어지고, 살아온 날들이 어깨에 묵직하게 쌓이고 나서야 알았다. 그 모든 것이 '과대포장'이었다는 것을.
받는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화려한 박스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알맹이'였다. 포장지가 두꺼울수록 정작 전해야 할 진심은 꺼내기 힘들어진다. 겹겹이 쌓인 포장지를 뜯어내다 지쳐버리게 만드는 글, 그것은 배달 사고나 다름없었다.
진짜 택배의 목적은 '도착'에 있다.
박스가 조금 찌그러져도, 송장에 쓴 글씨가 악필이어도 상관없다. 그 안에 담긴 물건이 파손되지 않고 받는 사람의 현관 앞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 그것이 전부다.
나는 이제 나를 과시하려던 포장지를 걷어낸다.
화려한 수식어도, 폼 잡는 문체도 내려놓는다.
투박한 종이 박스라도 좋다. 그저 내 진심이라는 묵직한 물건 하나가, 당신의 문 앞에 온전히 배달되기를 바랄 뿐이다.
딩동.
당신의 마음에 내 진심이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