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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을 해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by 조정미

가족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존재다


그중에서도 부부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두 사람이 인생을 함께 걷기로 약속한 가장 가까운 타인이자 특별한 동반자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가장 편한 사이’라는 이유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가장 쉽게 감정을 쏟아내고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그 소중한 존재를 무의식중에 내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여기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부싸움은 어느 집이나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타인이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자라온 환경이나 가치관, 감정의 표현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말투 하나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싸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그것이야말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히려 싸움 한 번 없이 살아가는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두 사람이 아주 이상적인 사이이거나 혹은 서로에 대한 기대나 관심조차 사라진 무심함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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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을 하다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분노를 쏟아낸 뒤 ‘미안해’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진심에서 우러난 사과라 해도 한번 생긴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라도 부부가 함께 사는 가정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그 선은 한 번 무너지면 사소한 말다툼도 쉽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쌓인 감정은 갈등을 키워 결국 관계를 돌이키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싸움 뒤에 ‘내가 사과했는데 왜 아직도 화가 났느냐’며 되레 상대에게 화를 내는 태도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일 수 있다. 미안하다는 단순한 말 한마디로 모든 잘못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건 자기중심적인 착각이다. 용서는 상대가 선택할 몫이며, 요구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상대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기다릴 줄 알아야 진정한 사과가 시작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잊어줘’가 아니라, ‘다시는 똑같은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진심이 담긴 마음이어야 한다.


다툼이 있더라도 부부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오히려 한걸음 멈춰 서서 선을 지키려는 노력은 약한 모습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깊은 마음의 표현이다. 싸움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후의 회복이다. 사과는 타이밍과 진심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단지 ‘그냥 미안해, 됐지?’처럼 가볍게 넘기기보다 ‘상처줘서 미안해’라는 말처럼 상대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진심이야말로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시작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마음의 거리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부부사이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배려이고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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