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휴일, 유일한 계획은 저녁의 재즈바 분.
노트북이나 키보드 없이, 가벼운 짐을 꾸린다.
배터리 충전기, 핸드 크림, 달큰한 사탕 아, 책도 잊지 말아야지.
가볍게 읽을 만한 굵기의 책을 챙겼다. 1년 동안 방치해두었던.
골목 귀퉁이에 껴있는 듯한 한 카페를 발견한다. 원래 가려던 곳이 있었는데, 마음의 한 구석을 발견한 듯 이리로 자리를 잡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인 공간에서 책을 읽는 일.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안전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고른 책은 [살라리오 미니모]. 제목의 첫 인상에 책을 꺼내 들었고, 표지에 속아 구매했다. 낭만적인 여름 나라의 에세이인 줄 알았던, 책의 진실을 1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열어 본 묵직한 울림이 카페에 진동했다. 고요한 사람들 사이, 나만 아는 비밀이 생긴 기분에 한 가지 확신했다.
이 공간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