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6
5년 만이었다. 그를 다시 마주한 것은
공연을 보러 서울에 온다 했었다. 처음엔 굳이 만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싫거나 나쁜 건 아닌데... 손이 가지 않는 음식마냥 선뜻끌리지 않았다고 할까. 고민만 하다 공연 당일, 늦은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한다. 굳이 만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고, 이 얇은 인연의 끈을 더 연장하고 싶어서였던 것같다. 그렇게 5년만에 그를 마주했다.
긴 공백의 시간이 있음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각자의 다른 경험이 쌓였을 뿐 참 그대로였다. 스물 아홉에 만난 우리와 스무살이었던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보인다. 재수학원에서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안부를 묻고, 지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대학, 직장, 재수학원 친구들의 근황. 똑같은 레퍼토리지만 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안주삼아 콜라가 아닌 칵테일을 들이킨다. 그제서야 우리의 변화가 실감이 난다.
오후 여덟시,마포구 인근의 작은 술집은 한적했다. 테이블은 여섯개가 전부, 그중 두개만이 채워진 이곳은 곧 친구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귀를 찌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힘겨워질 때즈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트러플 버섯 파스타와 스테이크는 충분히 먹음직스러웠고, 포크와 숟가락을 챙겨 나의 그릇에 옮겨 담기 시작한다. 친구는 젓가락을 들어 그이 입에 욱여넣었다. 억지로 먹는 듯한 모습에 삼키는 것도 먹는 것도 아닌 불쾌한 소릴 내었다. 접시와 얼굴을 가까이한채 먹는 모습에 인상이 찌뿌려졌다. 그는 내 표정을 못 본 듯했다. 다행히도
그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시끄러운 목소리는 그래도 적응이 되었는데, 그는 몸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서 비틀고, 계속해서 머리를 쓸었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무언가 음식에 들어가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그의 말투. 똑같은 말도 기분 나쁘게 하는, 가볍고 모난 모양의 말들에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오후 열시, 식당에서 일어나 정류장으로 향했다. 다른 버스를 탄다는 사실이 다행일 정도로 힘겨운 날이었다. 나는 먼저 버스에 올랐고, 창에 비친 한강을 보며 만남과 그에 대해 생각했다. 이미 싫은 점만이 가득 남아 좋은 면은 이미 지워지고 없었다. 그저 ”애는 착해“ 라는 말로 애써 그와 내 죄의식을 옹호할 뿐이었으며, 그를 향한 화살로 가득했다.
5년 만이었다. 나의 싫은 점을 다시 마주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