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1년 전, 대학 친구 C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보다 먼저 서울에 터를 잡은 그녀. 전공을 살려 무역일을 하고 있었다. 친구라고 표현했지만, 만나서 밥을 먹은 건 4-5번 뿐이라 학과 지인이라고 말하는 게 사실 더 정확하겠다. C는 나의 상경을 축하하며 밥을 사주겠다 했지만, 여느 약속들처럼 미루고 미뤄졌다. 그러다 2023년이 되어 아홉수에 들어선 우리. 새해 인사 겸 안부를 물었고, 그녀는 돌연 빅뉴스를 터뜨렸다.
“난 오늘 퇴사지름요. 새 삶을 찾으려면 바쁜 법”
충격이었다. 퇴사를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시행에 옮긴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당장의 생계와 경력 걱정이 먼저이니까. 무엇보다 내가 봐왔던 그녀의 모습과 선택이 일치하지 않아 퇴사의 이유와 계획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우린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기 때문에. 그간의 직장생활에 너무 지쳐 잠깐 쉬어가나 보다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 즈음 지났을까? 그녀의 새 삶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SNS에 요가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수련과정을 거의 매일 지켜볼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이 이거였구나. 영상 속 C가 보여준 표정은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가벼워 보였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 뛰어든 그녀가 진심으로 멋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감히 응원하려한다.
내일은, 그녀가 요가 강사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는 날이다.
수업이 끝나고 준비한 꽃 한 송이와 엽서를 시시한 농담에 담아 선물하려 한다.
누군가 당신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고, 그 모습이 빛난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