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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작가 Feb 26. 2023

버려진 이야기들

#20230225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몇 가지의 옷들과 신발을 챙겨 종이봉투에 눌러 담는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설레지 않는 것들을 골라내다 보면

자연스레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


통 큰 바지를 갖고 싶어 샀었던 고르덴바지,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고 구매한 하늘색 티셔츠,

주변의 추천에 못 이겨 산 검은색 재킷까지.


옷마다의 이야기를 뒤로 한채, 입지 않는 것을 처리하러 아름다운 가게로 향한다.

옷장 속에 몇 년 동안 숨 쉬던 그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기부 정말 감사합니다. 꼭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나는 나의 옷을 ‘처리’하러 그곳에 갔다.

나는 그들을 버렸지만, 점원은 기부라 말했다.

나는 빠른 처리에 감사를 표했고, 점원은 기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점원은 좋은 곳에 쓰겠다며 내가 버린 것들을 두 손에 쥔 채 웃어 보인다.


나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다. 붉어진 두 뺨을 애써 모른 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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