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5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몇 가지의 옷들과 신발을 챙겨 종이봉투에 눌러 담는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설레지 않는 것들을 골라내다 보면
자연스레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오른다.
통 큰 바지를 갖고 싶어 샀었던 고르덴바지,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고 구매한 하늘색 티셔츠,
주변의 추천에 못 이겨 산 검은색 재킷까지.
옷마다의 이야기를 뒤로 한채, 입지 않는 것을 처리하러 아름다운 가게로 향한다.
옷장 속에 몇 년 동안 숨 쉬던 그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기부 정말 감사합니다. 꼭 좋은 곳에 쓰겠습니다.”
나는 나의 옷을 ‘처리’하러 그곳에 갔다.
나는 그들을 버렸지만, 점원은 기부라 말했다.
나는 빠른 처리에 감사를 표했고, 점원은 기부에 감사하다고 했다.
점원은 좋은 곳에 쓰겠다며 내가 버린 것들을 두 손에 쥔 채 웃어 보인다.
나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다. 붉어진 두 뺨을 애써 모른 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