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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작가 Feb 12. 2023

생카에 다녀온 건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20230212

생일카페(생카)란 아이돌의 생일 기간 동안 팬들이 카페를 빌려 여는 행사로,

생일자의 사진과 흔적으로 가득한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관련 굿즈(특전)를 받을 수 있다.-


일명 ‘생카’라고 불리는 문화를 알게 된 건 작년 6월, SM의 수장 이수만의 생일카페 덕분이었다. 내 아이돌의 팬계정에서 알게 된 수만리 생카 소식은 나의 흥미를 채우기에 충분했고, 성수의 한 카페에 방문하여 광야행 티켓을 수령했었다. 내가 사랑하는 지성팍의 포카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패. 그래도 이색적일 게 없는 지방인의 삶에선 기억에 남는 행사였다. 무엇보다 이수만의 생카는 이벤트성으로 누구나 가기 쉬운 이벤트였다. 하지만 다른 아이돌이라면 어떨까?


내가 사랑하는 인물은 무한확장 NCT의 막내, 박지성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으나, 내 사진첩과 비밀번호는 그의 사진과 생일로 물들여지고 있었고, 다가오는 그의 생일엔 생일카페를 방문할 생각은 분명 나를 설레게 했다. 문제는 ‘남자 아이돌’의 생카를  ‘남자 혼자’ 가야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여성들 사이를 혼자 지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인데.. 거기다 남자 아이돌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 나의 은밀한 취미가 드러나는 것은 물론, 받고 싶지 않은 시선들이 나를 응시할 것만 같았다. 쓸데없는 걱정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자 어김없이 회의감이 밀려온다. 내가 사진 몇 장, 스티커 몇 개 갖겠다고 안 가도 될 곳에 시간을 쓰고, 안 써도 될 돈을 쓰는 건 아닐까? 이게 정말 ‘옳은’ 일인가에 대한 판단까지 이르렀지만, 생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월 5일 그의 생일날, 합정의 한 카페로 가는 발걸음은 단순히 생일을 축하하고, 특전을 받기 위함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을 밖으로 꺼내어 보여주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그곳으로 가야만 했으며, 물러설 수 없었다. 1시간을 지나 도착한 카페는 지성의 사진과 그의 팬들로 가득했고, 나는 초코라테 한 잔을 주문했다. 그의 얼굴이 인쇄된 특전과 초코라테를 나의 백팩에 넣은 채 유유히 카페를 빠져나와 상수로 향했다.


상수한강공원에 다다르자 긴장이 풀린듯,그제서야 초코라테 한 모금을 삼킨다. 썩 맛있지는 않아 인상을 찌뿌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손에 쥔 건 고작 몇 개의 얼굴들과 맛없는 초코라테지만, 나에게 남은 건 비단 그의 사진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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