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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상전환의 위력 : 화장실혁명의 추억 (2016.8, 에코비전 칼럼 ‘퇴촌단상’)
우리는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을 “대한민국 화장실 혁명”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화장실 혁명은 2002 월드컵을 3년 앞둔 1999년부터 시작된다.
그 중심은 ‘2002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 혁명주체세력은 ‘국민’이었다.
혁명은 성공했고 대한민국은 변화했다.
왜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의 성공이 중요했는가?
2002 월드컵문화시민운동추진협의회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주최했던 세계인의 축제 2002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막후에서 벌인 또 하나의 월드컵 경기, 즉 대한민국을 세계인에게 긍정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코리아 마케팅’을 준비하기 위해서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사회는 일본과 비교할 때 ‘재팬 마케팅’을 거들어 주는 제물이 될 가능성이 오히려 큰 실정이었습니다. 양국을 오가며 치르는 축구대회는 일본과 한국사회가 맞비교 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었고 1999년 당시 그 격차는 컸습니다.
월드컵을 3년 앞두고 제2대 운영국장에 보임된 나를 고민스럽게 했던 것은 시간부족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사회와의 경쟁이라는 자존심이 걸린 일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급기야 나는 최악의 부끄러운 상황을 막으면서 내실이 충만한 사업을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만 망신을 면하되, 이 기회에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변화를 진심으로 추구해 보자’라고 작정하고 그대로 두면 참으로 망신을 당할 분야, 그러면서 이 분야가 변하면 우리 사회의 수준이 한 단계 크게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본질적인 분야를 물색하고 거기에 총력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검토와 고심 끝에 청결분야에서는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 사업, 질서분야에서는 ‘한 줄 서기 운동’ 사업을 선정하고 총력을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자괴감을 가질 정도로 심각한 분야가 불결과 무질서였고 이 두 사업은 그 분야의 대표적인 고질적 문제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논란을 겪었지만 지금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한편으로 서서 급한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은 그 운동의 결과입니다.
문제는 ‘깨끗한 화장실 운동’이 수십 년 동안 정부 주도로 많은 재원과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끈질기게 추진되어 왔음에도 전혀 성과가 보이지 않고 전국 어디를 가든지 망신 대상 목록 1번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 성공의 요체는 무엇인가?
필자는 요즘 대학에서 “옳은 비전과 발상전환의 위력”이라는 주제를 강의하는데 ‘멀리건의 법칙’을 발굴하여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멀리건은 아마추어 골퍼라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티샷을 할 때 실수를 해서 공이 역외(OB)로 나갔을 때 다시 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재활의 기회입니다. 그러나 태반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 멀리간의 법칙입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전과 똑같이 하기 때문입니다. 즉 티를 같은 곳에 꽂고 같은 방향으로 서서 같은 방식으로 치니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멀리간의 법칙’에서 벗어나면 됩니다. 즉 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발상의 획기적 전환을 통해 성공을 바라볼 수 있는 변화의 요결을 찾아냈습니다.
고심 끝에 찾아낸 변화의 요결은 변화시킬 대상을 화장실 ‘사용자’에서 화장실 ‘공급자’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을 성공시키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화장실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해 온 일이 ‘화장실 깨끗이 쓰기 운동’이라는 사용자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무려 4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의 의식과 행태변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가능한 목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고민 없이 타성적으로 캠페인과 교육을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효과는 미미했고 캠페인이 끝나면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러면 다시 또 더 열심히,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서 같은 방법이 되풀이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전혀 승산이 없음을 과거의 실패에서 확인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즉,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어 제공한다면 인간의 본성상 화장실 쓰는 행태가 바뀌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화장실 공급자를 변화시켜야 했습니다.
공급자를 변화시키려면 그 대상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우선 680명. 공중화장실부터.
사용자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려 4000만 명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무작위적 대상 4000만 명 대 확실한 대상 680명, 가능성이 확실하게 보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공중화장실 공급 책임을 맡고 있는 공공부문의 주체는 250개 지방자치단체와 도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을 비롯한 국가공사공단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목표한 바가 이루어질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공급자를 변화시켜서 획기적으로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게 하고, 이 아름다운 화장실을 가지고 이용자의 행태변화를 이끌어 내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가 깜짝 놀라고 감동할 만큼 이제까지와는 다른, ‘깨끗함’을 넘어서는 획기적이고 충격적인 ‘아름다운’ 화장실을 내놓는 것이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에 대한 콘셉트부터 디자인, 자재, 화장실 과학, 그리고 남녀 변기비율이라는 사회적 함의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자체 등 공중화장실 공급을 직접 책임지는 기관과 함께 공급의 내용을 담당하고 있는 건축가, 설비과학기술자, 화장실 자재 공급자, 미학 전문가, 디자이너, 사회운동가 그리고 언론매체 관련자 등이 함께 바뀌어야만 했습니다.
관련된 책임자와 전문가를 모아보니 ‘680여 명’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이 사업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이유, 사회적 필요성과 그 미치는 효과를 설득하고 어떻게 하면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인식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회의와 교육은 강제였지만 그 이후는 스스로 가동이 되는 방법을 썼습니다. 밀어붙이거나 사명감만으로 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좋은 자재와 설비를 개발하면 돈을 벌 수 있게 했고 지자체 등 공급주체 기관에서는 좋은 아이디어와 설계 그리고 디자인을 사주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도로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나아가서 백화점, 접객업소 등 공급주체들은 획기적으로 아름다운 화장실을 제공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불과 3년밖에 남지 않은 월드컵 행사 이전에 이 변화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야 했습니다.
당시 이 전략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일부 인사들과 일부 언론에서는 화장실이 깨끗하면 됐지 아름다운 것까지 필요하냐 하는 표현에 대한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평당 건설비가 그렇게 비싼 화장실을 만드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라고 비판을 해대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은 기획되고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다운화장실 혁명』을 주도한 사람들
당시 혁명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당사자로서 그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은 명예도 없고 훈장도 없는 사명과 헌신뿐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위하여 꼭 넘어야 할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리 많은 세월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당시 2002 월드컵문화시민협의회 회장으로 이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믿음으로 꿋꿋이 지원해 주셨던 고 이영덕 전 총리님, 아름다운 화장실포럼 위원으로 맹활약을 해주신 고 하동철 서울대 미대학장님과 고 장윤종 연대 건축과 교수님, 그리고 수원시의 화장실을 아름다운 화장실의 모델로 만들어 주었던 고 심재덕 시장님 등입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작고하셨지만 열정을 바쳐 추진한 아름다운 화장실운동 성공의 보람을 간직하고 가신 점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화장실 혁명』을 ‘2002 월드컵문화시민운동협의회’가 이끌었다면 이 운동의 실질적인 중심이 되었던 것은 협의회(이하 문민협)에서 구성한 각계의 전문가와 사회 저명인사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화장실 포럼』이었습니다.
화장실혁명의 전략과 방향에서부터 사회운동으로의 점화와 확산, 추진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점검, 화장실과학-기술과 디자인은 물론 남녀 형평성과 사회발전적 함의, 그리고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大賞)' 제도의 운영과 전국 방방곡곡 화장실의 심사에 이르기까지 사명감과 진정으로 좋아하지 않았으면 누구라도 할 수 없는 일을 사회적 신분에 관계없이 몸으로, 자신의 위상으로 이 무보수 사업의 성공을 위하여 전력투구 해 주었습니다.
초대 포럼위원장을 지낸 김춘강(당시 대한어머니회 전국회장) 여사, 서울대 미대학장이던 빛의 화가 하동철 교수, 독일에서 건축을 공부한 연세대 건축과의 장윤종 교수, 과학과 기술을 화장실 설비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한 대림대학교 기계과 전영상 교수, 독일에서 귀화한 방송인 이참(이한우로 개명, 전 관광공사 사장) 대표, 우리나라를 잘 아는 일본 여류작가 도다이쿠코 여사, 사업에 열정적으로 나서고 아름다운화장실 대상 수여식에선 사회를 도맡아 해 주었던 KBS 이지연 아나운서, 조선일보의 국제통이자 글로벌에티켓팀장을 맡고 있던 박승준 부장, 관광분야의 박식함과 아이디어로 이름이 알려진 이광희 한국관광연구원 개발연구실장, 그리고 이 혁명을 기획한 당사자로서 차질 없이 사업을 성공시켜야 할 미션을 짊어진 당시 협의회 운영국장 박연수(필자) 등이 위원으로 활약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비판과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몸을 던져 사업을 추진해 준 많은 분들의 땀과 의지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명구를 대한민국 화장실마다 심어 놓은 화장실문화시민연대의 표혜령 대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운동 초기부터 참여하여 지금까지 변함없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름다운 화장실에 대한 집념과 진정한 시민운동의 실체와 효과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화장실의 효과를 가장 많은 국민에게 몸소 느끼게 함으로써 이 운동의 확산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준 정숭렬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당시 주말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불시 방문하여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최단시간 내에 우리가 추구하던 질 높고 아름다운 화장실로 바뀔 수 있도록 현장에서 뛰었습니다.
당시 수원시장이던 심재덕 시장은 아름다운 화장실이 무엇이라는 확실한 인식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화장실의 변화를 통해서 수원시를 변화시키자는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아름다운 화장실 시책을 시정의 중심에 두고 많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발굴하여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모델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이외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김세옥 이사장, 한국관광공사의 이득렬 이사장 등도 깊은 이해를 가지고 맡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습니다. 물론 당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의 경쟁적 참여는 아름다운 화장실운동 성공의 핵심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국에 아름다운 화장실 경쟁의 불을 붙인, 스폰서 하나 없는 『아름다운화장실 대상(大賞)』 제도 공동개최를 흔쾌히 수락하고 크게 지면을 할애하여 끈질기게 운영해 준 조선일보사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행정자치부의 교부세 지원이 없었으면 전국 지자체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단시일 내 전국적 확산은 이루어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필자를 파견한 친정 부처로서 『아름다운화장실 대상』을 국무총리상(후에 대통령상)으로 훈격을 부여해 주는 등 시책 추진에 힘이 되어 주었고, 필자가 지방재정국에 과장으로 근무했던 연고를 내세워 ‘전관예우’를 들며 요청한 지방교부세 지원을 흔쾌히 수락해 준 것은 이 사업에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화장실 포럼』
추진의 중심체로서 ‘아름다운화장실 포럼’을 구성하고 해당되는 전문가와 사회 저명인사들을 섭외했습니다. 명목만 걸어놓는 모임이 아님을, 해야 하는 사명과 보람을 이해하고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되는 일임을, 그리고 보수도 명예도 없는 일임을 알려주고 마음속으로부터의 공감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야 했습니다. 섭외과정에서 사회적 명망가로서 잘 알려진 모 인사는 행정자치부 국장이라고 하자 기대에 부풀었다가 화장실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냉랭하게 안면을 바꾸는 것을 보고 실망을 한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정말로 이런 분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고 발전이 되는구나 하는 분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었습니다. 이 귀중한 분들에게 보람과 함께 이 운동을 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은 기획자의 몫이자 의무였습니다.
포럼이 중심이 되어서 아름다운 화장실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부터 공급주체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교육과 함께 전국적인 확산방법에 이르기까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 내용을 가지고 문민협에서는 전국 시도별로 구성된 지역협의회와 협력하여 속도감 있게 전국적인 확산을 추진해 갔습니다.
화장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디자인과 자재의 혁신은 물론이고 냄새를 없애는 과학, 쾌적한 실내환경, 에티켓과 남녀변기 비율 등의 사회적 형평성 문제까지 다루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당시 화장실은 남자용이 7이면 여자용은 3에 불과했는데 연구를 통하여 화장실 사용시간이 남자보다 여자가 1.5배가 필요한 것으로 밝혀져서 1단계로 남녀 비율을 5:5로 올리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폐쇄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었던 화장실을 밝고 열린 공간으로 끌어내는 획기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었습니다. 창문을 크게 하여 바깥의 아름다운 자연을 들여놓고 천창을 통해서는 햇빛을 받아들여 밝음과 악취의 자연처리 효과를 극대화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작은 정원을 화장실내에 설치하여 실내공기와 환경을 근원적으로 개선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협소한 손 씻는 공간을 깨끗하고 넓은 파우더룸으로 확장하고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편의공간으로 개조하였습니다. 여성들의 용변 시 소리에 민감한 경우를 고려하여 ‘에티켓 벨’을 설치하고 용변 중 수없이 두드려 대는 노크소리의 스트레스를 막기 위하여 변기에 앉아 걸쇠를 걸으면 “사용 중”이라는 표시가 문밖에 표시되도록 하는 장치도 고안되었습니다. 선진 외국의 화장실에 대한 조사연구를 통하여 많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도입이 되었고 실제 화장실에서 이를 접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2016.7)
『아름다운화장실 대상(大賞)』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아름다운 화장실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용모델을 확충하면서 아름다운 화장실운동 확산의 효과를 높이고 범국민적인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조선일보와 함께 『아름다운화장실 대상(大賞)』 제도를 시행하였습니다.
지역별 예선을 거쳐 올라온 공중화장실과 업소화장실을 대상으로 아름다운화장실포럼 위원들의 현지 방문을 포함한 정교한 심사를 거쳐 시상 대상이 선정되었고, 대상을 받은 기관은 그 영예가 빛나도록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알리고 시민들로부터 칭찬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실질적으로도 상금과 함께 재정적 지원 등 실리를 보장하였지요. 중요한 것은 이 경쟁과 심사의 기회를 통하여 어떤 것이 아름다운 화장실인가를 모든 공중화장실 관계자에게 인식시켜 주는 기회로 활용했고 어떤 교육보다도 효과가 컸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 차원에서 시민을 위한 작품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담당기관에서는 보람을 가졌고 시민들은 즉시 박수를 보냈으며 긍지를 느꼈습니다. 왜 우리 지역에는 그만 못한가 하는 욕구도 표출되면서 이 도저히 될 것 같지 않았던 아름다운화장실운동은 급속도로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화장실대상 시상 행사는 시상식에 그치지 않고 전국 화장실 관계자와 설계자, 자재와 설비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와 최신의 성과를 나누는 자리를 겸하였습니다. 화장실 과학과 기술개발, 설비 및 자재의 혁신을 위하여 전문가 심포지엄과 함께 전시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화장실 과학과 디자인에 대한 공론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수요 기관과 시민의 수준 높은 요구는 관련 기업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생리답게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장실 설계, 디자인, 자재 등에 대한 관심과 활발한 참여는 빠르게 최고의 모양과 품질을 가진 화장실 제공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아무리 아름다운 화장실을 기획하고 원한다고 해도 자재와 설비가 받쳐주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입니다. 모든 것을 해외로부터 수입해서 충당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변화의 바람
당시 대부분의 화장실의 주요 자재는 저급한 타일이나 천편일률적인 경량패널이었습니다. 평당 건축단가는 80만 원선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리고 화장실은 가장 구석진 곳에 배치를 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쉽게 더러운 느낌이 나고 관리의 손길이 가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화장실이 건물 전체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격 기준으로 당시 1/100도 되지 않는 데 비해 화장실은 사장부터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가장 많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인데 아무리 옷을 잘 입고 좋은 사무실에서 일을 해도 불결한 화장실을 이용하는 순간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지고 맙니다. 그 불결한 화장실을 이용한 방문객은 그 기업을 높이 평가할 마음이 들 리가 없습니다. 화장실을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에 배치하고 단가를 평당 300만 원 이상으로 권장하였습니다. 전국 최초로 울산의 현대백화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비싼 장소에 매장을 넣는 대신 아름다운 화장실을 설치하여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어떤 공중화장실은 건설단가가 평당 1000만 원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부 신문과 방송에서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화장실의 문제를 환기시키고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어렵게 화장실 전면 리모델링을 해놓은 것을 가보니 구조와 모양은 그대로 두고 타일과 칸막이 경량패널만 새것으로 교체하였습니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남자용 소변기 앞에 소지품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을 설치한 것인데 이것은 아름다운 화장실과는 거리가 멀어서 크게 낙심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불합격 처분을 하였고 디자인과 자재와 화장실 구조 등을 아름다운 화장실 기준에 맞추어 재시공하도록 하였습니다. 이후 완성된 화장실을 보러 갔을 때는 큰 가능성에 고무되었습니다. 당시는 선거 탓인지 많은 관광버스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다녔는데 마침 그 휴게소에서 내린 할머니 한 분이 급히 화장실에 오시다가 화장실 앞에서 들어가시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며 근처에 있던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선상님 이거 화장실 맞는가요? 신발 신고 들어가도 되는가요?” 공급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서 이용자를 변화시키자는 전략에 확신을 갖게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제품은 빠르게 팔려 나갔고 제값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화장실은 이제는 일정 수준 아래로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와 함께 기자재와 설계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일반 화장실 분야에도 이 추세는 저절로 확산되고 이 수준은 당연히 지켜질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접객업소의 화장실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변화가 시작되었지만 확산은 더욱 빠르게 진척이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변화는 자발적인 변화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이 바뀐 것입니다.
아름다운 화장실 공급을 계기로 사용자의 행태변화를 본격적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시민운동조직을 구성하고 지원하였습니다. 대표적으로 ‘화장실문화시민연대’를 들 수 있는데 녹색소비자연대의 표혜령 씨가 주축이 되어 1999년 12월 13일 발족했는데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서도 쉼 없이 운동을 펼치고 있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후에 심재덕 시장의 주도로 ‘한국화장실협회’도 발족되어 체계적인 아름다운 화장실 정착에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화장실 / 발상에서 완성까지』
『아름다운 화장실 -발상에서 완성까지』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의 교과서가 되는 매거진도 발간했습니다. 왜 화장실이 바뀌어야 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 운동의 추진전략을 밝히고 동참을 호소하는 한편, 모델이 되는 국내외의 아름다운 화장실을 사진과 설명으로 소개하여 벤치마킹과 아이디어 개발에 도움을 주고 디자인 포인트, 화장실 관련 법규, 사용자들의 화장실 관련 의견, 전통화장실과 현대의 화장실 관련과학과 미학 등 화장실을 하나의 전문적 분야로 승화시키는 작업도 병행하였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화장실혁명은 성공하였고 획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바람에도 아직도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 아름다운 화장실운동은 정말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군부대에 까지 확산되었던 반면에 우리의 미래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용하는 학교 화장실은 낙후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교육 지도자와 교육현장의 현실을 보는 듯하여 참으로 우려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런 중에도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시의 주도로 “함께 꿈”이라는 학교 화장실을 바꾸는 사업이 전문가와 학생들의 참여 속에 진행되고 있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교육당국에서 소홀히 해왔던 분야를 일반행정 당국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주는 것은 시민, 특히 차세대를 보살핀다는 자치의 본령에 맞는 것입니다. 큰 박수를 보내며 경기, 인천 등 다른 자치단체로 파급되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동안 잘해왔던 다른 분야에서도 이 변화의 동력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