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과 13층사이 Part.1

우리는 언제나 엘리베이터의 1층과 13층을 눌렀다.

by 나아인


2005년, 신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나도 불편하지 않은 척, 적응 잘하고 있는 척

집으로 가는 하굣길

얼굴이 뽀얀 친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집에 같이 갈래?'

'.....그래!'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의 같은 동에 살고 있었던 친구는

등하굣길에 나를 몇 번 본듯했고,

같은 아파트에 사니 집에 같이 가자고 한 거 같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10분을 걸어 도착한

[나인 아파트]110동 입구.

내일 또 보자는 인사와 함께

친구는 집의 비밀번호를

나는 1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1층과 13층,

내게 아주 가까운 친구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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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잡잡한 피부에 자존심만 세서,

소위 말해 찐따같았던 내가

쪽팔릴 수도 있었을 텐데

친구는 초등학교 내내 나와 단짝 친구가 되어주었다.


내 친구는 학교에서 유명한 연예인이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서 장기자랑 시간엔 항상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 보니 그에 비해 노래도 춤도 못하고

그다지 존재감도 없었던 나와

괜히 수련회 장기자랑을 같이 나가자고 했다가

'왜 걔랑 나가?'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지금 내가 사람들에게 춤을 가르치고

노래방에서 마이크라도 잡을 수 있는 건

잘난 친구의 옆에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 중학교를 가면서

머리만 커지고 생각은 안 커진 탓에 일진 놀이를 시작했었다.

일진보다는 찐따가 잘 어울렸던 나는 그 무리에 끼고 싶지 않았고

슬-쩍 무리에서 빠지려다 걸려서 괴롭힘을 당했었는데,

그때 친구가 일기장에 일진들 욕을 쓰다가 걸렸다.

친구 아니랄까 봐 같이 걸려서 나란히 왕따도 당했다.

생각해 보면 왕따가 2명이었으니 왕따는 아니었을거다.


학교를 가야 했던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같이 13층 버튼을 누르고 나를 깨우러 왔던 친구와

가스레인지 위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에 밥을 먹고 함께 등교를 했다.


그렇게 6일 동안 나란히 걸어 등교를 하면

학교가 끝난 이후 도로를 가운데에 두고

눈이 찢어지게 째려보며 각자 집으로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죽어라 싸우고 인사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버린 내게

친구는 항상 먼저 전화를 걸어 먼저 사과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생각해 보면 무서울 것 없는 초딩의 기개와

머릿속을 휘젓는 제멋대로인 생각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나와 함께 걷는 존재 있다는 사실만으로

학교를 가는 걸음이 조금은 더 당당했었다.


원망스럽게도 단 한 번도 같은 반이 되지 못 한채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애석하게도 다른 고등학교를 가게 되어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던 시간들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엘레베이터의 1층과 13층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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