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ㆍ테니스ㆍ배드민턴 따위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마지막 한 점.
날아오는 관리비 고지서와 다가오는 월세 입금일
한 걸음 차이로 눈 앞에서 지나쳐가는 버스와
출근 후 잔뜩 쌓인 메일들까지.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세상이 나를 쥐고 흔드는 순간들이 올 때면 ‘하-살기 싫다’ 생각하며,
눈앞에 놓인 문제를 노려보기도 했다가, 도망치기도 했다가, 부여잡고 울기도 한다.
사실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중에 내 힘으로 재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거의 없다. 대체로 마음대로 안되고 더 꼬이기도 하며 해결이 불가할 때도 있다.
그 날도 그랬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인생의 종료 버튼을 누를 수 있다면 바로 지금인가' 생각하는 찰나
억울한 마음이 밀려들었다. 비관의 바다에 빠져 스스로 허우적거리는 꼴이 꽤나 하찮았다.
문득, 유일하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전두엽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끈질기게 쫓아오는 부정에서 멀리 달아나
긍정으로 헤엄쳤던 거 같다.
그날 이후 나는 이런 상황들을
내 인생의 <매치포인트>라 부른다.
오늘은 이길 것인가.
인생 점수를 따낼 것인가.
중계하며 생각들을 감독한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하지만 속절없이 돌아온 월요일,
한번 해보라는 듯이 찾아온
또 한 번의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나는 철저하게 패배를 택했다.
월요일 이기기 진짜 힘들다.
'아, 당장 침대에 눕고 싶습니다.
집에 가고싶어요.'
긍정과 행복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냐며
스스로에게 되묻지만
꼭 모든 상황에서 승리를 택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때로는 지기도 하고,
도망을 선택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럼에도 예민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끌려들어가
하루를 망치고 싶지는 않으니
다양한 방법으로 기분전환을 시도해본다.
아주 불리한 월요일 기분내기의
긴박한 매치 포인트의 상황에서
에이스인 내가 선택한 방법은
[쿠크다스 가로로 먹기]
볼이 터지게 쿠크다스를 물고선
양쪽 어금니로 바사삭 쿠크다스를
가루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조심스레 껍질을 까고 입을 벌려
오른쪽 볼에 깊게 쿠크다스를 찔러넣었는데
입크기가 살짝 모자랐다.
하-
바로 성공할 줄 알았는데 적잖이 실망스럽다.
처음 도전하는 스킬이니
핸디캡으로 길이를 살짝 줄여 재도전.
이번엔 성공이다.
'저는 쿠크다스를 가로로 먹어봤습니다'
<내가 해냄 리스트>에 한 줄 추가할 수 있겠고,
친구들과 지자랑 대결할 때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는 사실에
얼얼한 입꼬리와 함께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친구에게 쿠크다스를 가로로 먹을 생각을 하다니
진짜 천재아니냐는 말까지 듣고선
들뜬 마음으로 마가렛트 2개를 겹쳐 먹는 묘기를 부리고 나서야
월요일의 매치 포인트는 패배도 승리도 아닌,
무승부로 끝이났다.
무승부로 끝났던 월요일을 지나
어느새 새로운 월요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경기 상황은 어떠신가요.
부디 매치포인트에서
극적으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쿠크다스도 가로로 드셔보시고요.
저는 내일 '연차'입니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