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길 사람들
시 : 전 진식
종아리에 붙어 떨어지지 않겠다는 거머리가 있다
땅바닥에 팽개치니
마른 햇살에 꿈틀거리다가 기어서 도망가는 모양이 억척이다
그랬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의 불가사의 한 전설에도
이면을 보면
노역꾼들의 종아리에 거머리 모양의 힘줄이 구부정하게 붙어 꿈틀거린다
힘들고 외로운 인생길
비가 오려나?
일당은 하늘에 맞겨놓고
새벽부터 종일을 망치질 소리로 흥을 달래면서
외줄을 타고
무거운 거푸집의 틈을 비집는 목수들의 애가哀歌나
철을 엮으며
장철의 출렁거리는 장단에 비틀거리는
공사판의 땀방울이 쇠꼬챙이에 걸려있다
시장 바닥에서 허리를 꼬부린 어머니가 생각났고
해 질 녘
아직 다 팔리지 않은 나물 광주리를 다독이며
세상을 만지작거리고 계시는데
낡은 판잣집의 담장에 붙은 포스터에는
주연급 배우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고
엑스트라의 그림자는 흔적도 없다
언덕을 오르면서
휑하니 지나가는 승용차의 바퀴에서 메케한 흙냄새가 날린다
숨은 떡까지 올라왔고
누렇게 금이 간 콘크리트의 벽면을 손톱으로 긁으며
담장에 붙어 있는 담쟁이
삭풍에
평생을 남의 집에 빌붙어 있다
[시평] ㅡ경성대 문창과교수 문인선
소시민들, 일용직 노역군들의 이야기다
재목부터가 [비탈길 사람들]이다
일당은 하늘에 맡겨놓고 새벽부터 망치질 소리로 흥을 달랜다고 하는 것은 비오는 날은 일을 하지 못하는 노역자들의 서글픔을 망치소리로 잊으려고 하는 아픔으로 시작하고 있다
외줄을 타야하는 위험속에서 이들의 삶의 고달픔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힘들게 삶을 붙들고 있는 이 사람들의 종아리는 거머리 같은 핏줄이 줄을 치고 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슬픈 인생길일까?
그들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힘들게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언덕길이다
숨이 턱까지 올라오는 가파른 길을 오르고 있는데 번쩍거리는 승용차가 먼지를 날리면서 쌩하니 지나간다
너무 먼 곳에 있는 그들과의 삶에서 초라한 자신의 모양새에 눈물이 났어리라
낡은 담벼락에 붙어있는 담쟁이를 보면서
시인은 이 사람들의 삶과 비교한다
평생을 남의 집에 빌붙어 살고 있는 그들에게서 인생이 무엇인가에 천착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힘들게 올라야하는 비탈길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는 듯 하다
이 시를 보면서 가난한 이웃을 돌아보지 못한 나 자신에게도 부끄럼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