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이제야 지게가 내것인 줄 알았다

by 전진식


아버지의 지게

전 진식(田塵)



왜소하고 깡마른 게 등짝에 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허리를 구부리고

무릎을 접고서야 일어설 수 있는 것은

육상 선수의 출발 자세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늘 바쁘게 뛰어다녔던 아버지의 지게

지겟작대기를 세우니

입을 허하니 벌린 세간살이가 업힌다

천리 서울 길

딸아이를 시집보내면서 지게에 태웠고

어머니를 지게에 뉘여

재 넘어 공동묘지도 갔다

돌아오는 지게는 가벼운 것이 아니라

무덤을 지고 비틀거리는 것이다

지게는 평생을 아버지의 등에 업혀 다녔다


​아버지가 사랑한 지게


​나이가 들고

이제야 지게가 내 것인 줄 알았다


낭송

송미숙

https://youtu.be/i-q5JBFgZ_U?si=CVEJ-2bx6cQ8wTF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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