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웃을 때는,

나는 누구에겐가 안기고 싶다

by 전진식

지난날을 뒤적거리다가

세계일보에 게시된 글을 보았다

찐한 감동이 밀려왔다

첫시집을 발간하고도 코로나로 하여 출판기념회도 취소가 되어 쓸쓸함의 나날이 되던 2020년 6월

"따르릉"

세계일보 "박태해" 기자입니다

그리고 신문 한 페이지에 소개 된 글이다.


*******

전진식 시인의 첫 시집

[돼지가 웃을 때는]이 한국문인협회/월간 문학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집사진''


66세의 나이에 첫 시집을 낸다?

그것도 40년 동안 문학과는 거리가 먼 건설업에 종사하며 살던 사람이,

긴 터널 속을 걸어서 그는 왜 시를 버리지 못했을까?

시인은 젊은 시절 문학에 뜻을 두었다가 우여곡절 환갑을 넘긴 나이에 문단에 입문한다.

2년 전 문학시선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고개를 내민 그는

시비건립 윤동주 문학상 최우수상,

그리고 부산문인협회 신인 문학상까지 받으며

첫 시집 [돼지가 웃을 때는]을 출간했다

시인의 가마솥같이 들끓는 시에 대한 열정을 토해내고 있는 이 시집은 소제 6부로 나누어져 있다


1 나는 누구에겐가 안기고 싶다

2 돼지가 웃을 때는

3 시선

4 서정 시대

5 꽃

6 사랑을 위하여


사진

시인은 가난한 이웃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의 한을 노래했고 삶의 각진 모서리들을 리얼하게 보여 준다

서민들의 곁에는 돼지가 웃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고발하는가 하면 부드럽게 독자의 곁으로 다가가서 지난 옛 추억을 노래하고 꽃을 피우고 꽃 속에 담긴 애절한 사연을 봄바람에 띄운다

비 내리는 호숫가에서

비에 젖은 수선화와 함께 비를 맞고 있는 시인

아내 생일이라고 태극기를 달아 주는, 당당한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시인.

정화수 앞에서 빌고 있는 어머니의 손가락 끝에 달린 달을 보고 어머니의 간절한 자식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사랑이 뜨겁다고,

그래서 가슴이 다 타버렸다고, 가을산 앞에 서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돼지의 꼬리를 지갑 속에 넣고

이것이 우리들, 보통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라고 주머니 속의 동전 몇 개를 만지작거리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는 시인

일출봉 꼭대기에서 하늘을 보고 목을 길게 뽑고 컹컹거리며 울고 있는 늑대를 보면서 그는 아직 다 못타서 불덩이가 되어 있는 노을 앞에 서 있다

오랜 가뭄에 한줄기 소낙비 같은 시원함이 그의 시집 속에 녹아 있었다


많은 문학가들이 시인의 시를 보고 말 한다


윤동주 문학상 최우수상 [뿌리] 부분


[나무는 물을 기억하고 있다

뿌리를 내려 물을 찾고

기원을 거슬러 오르고

샘은 젖어 있어도 詩 한 줄은 목이 마르다


중략....


나는 두레박을 내려서

우물에 빠진 하늘과 바람과 별을 건져 올리며

우물가에 서 있던 그 사나이가 그리워

두레박에 담긴 별을 헤아린다]

물을 기억하는 나무라고 시작하는 작가는 동주의 정신적 뿌리를 먼저 들여다 본 것이다 그러면서 샘은 젖어 있어도 시 한 줄이 목이 마르다고 하는 것은 동주의 정신 세계와의 강한 접목을 희망하는 소리로 들린다 (문학박사 전태규)


부산문인협회 신인문학상

[나는 누구에겐가 안기고 싶다] 中


쪽마루 밑의 아궁이에는 다 타버린 연탄재

돈을 벌어 오겠다고 집을 나간 사내는

달랑 애 하나만 던져 놓고 소식도 없이

몹시 추운 겨울이다

[달동네] 부분


''엄니 거정은 말고 니들은 모두 잘살아야제''

빌고 있는 손가락 끝에 걸려

달은 혼자 외롭고

[어머니] 부분


비린 냄새에 구역질을 하던 아내가 히멀겋게 넘어진다

백지장이 된 방바닥에 던져진 법원 통지서 한 장

.....중략......

냉장고는 더운 곰팡이로 이끼가 낀다

[압류딱지] 부분


삼 개월째 쉬지않고 달성공원 동물원을 찾는다

.....중략.....

어쩌면 구경꾼이 된 내가

저들 눈에 비추어진 동종의 몰골이다

.....중략......

주머니에는 동전 몇개가 달랑거린다]

[실직] 부분


언어적 기교와 특정 유행에 경도된 신인들이 많은 요즘 경향을 볼 때 이렇게 삶에 대한 사색과 사유를 깊이 담은 신인을 만나기는 어렵다

.....중략.....

전진식 시인은 사회의 구체적인 장소들에 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 [나는 누구엔가 안기고 싶다]에서 압류딱지가 붙은 집과 달동네, 실직자가 배회하는 동물원, 홀어머니의 집 등 현실적인 공간을 제시한다

가난하고 삶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외롭고 쓸쓸하고 시린 마음은 세상의 차가움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엄니 걱정은 말고 니들은 잘살아야제'' 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심정처럼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있는 온기는 희망의 근거가 된다

(시인 평론가: 김지운)


문학시선 신인상

[생선가게를 지나며] 부분 中


[좌판대 앞에서 바다가 침몰되고

진열된 주검들이 누워 있다

......중략......

고등어 한 마리가 토막난다


맥없이 떨어지는

백열 전등이 도마를 노려보고 있다]

[생선가게를 지나며] 부분


바다가 침몰되고 진열된 죽음들이 누웠다라고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단순 사실화를 뛰어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언어가 담겨있다. 인간이 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무수한 기능들을 제치고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삶의 성찰일 것이다. 작가의 오랜 습작과 타고난 재능이 빛을 발하는 시기가 지금부터라고 생각해 본다

(문학평론가.시인.박정용)


시집 속에는 많은 문학가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들리고 있다

에필로그를 쓰면서 문학청년이 늧은 나이로 다시 날갯짓하다라고 작가의 전신을 이야기 하는 (시인 오두섭)

그의 언어는 정서의 한가운데를 찌르는 꽉 찬 직구와 같다(소설가 박명호)

독자기만의 시 과잉 시대에 그는 정직하고 쉬운 시로 독자의 감정을 사로잡는다 (시인 이철희)

백년에 한번 꽃을 피우는 가시연 같다 (소설가 강석하)

그의 시는 종영과 두보의 시론에 닿아 있다고 극찬을 마지않는(평론가 경성대 시창아카데미 교수 문인선)


늦은 나이지만 아직 활화산처럼 불타는 시인의 가슴을 본다



202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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