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마광수

눈물이 화장 위로 얼룩져 흐를 때

by 전진식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 마광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꼭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아니더라도

양철로 된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팔찌를 주렁주렁 늘어뜨린 여자는 아름답다


화장을 많이 한 여자는 더욱더 아름답다

덕지덕지 바른 한 파운드의 분粉 아래서

순수한 얼굴은 보석처럼 빛난다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거나 화장기가 없는 여인은 훨씬 덜 순수해 보인다


거짓 같다

감추려 하는 표정이 없어 너무 적나라하게 자신에 넘쳐 나를 압도한다

뻔뻔스런 독재자처럼 적敵처럼 속물주의적 애국자처럼,


화장한 여인의 얼굴에선 여인의 본능이 빛처럼 흐르고

더 호소적이다 모든 외로운 남성들에게

한층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가끔씩 눈물이 화장 위에 얼룩져 흐를 때

나는 더욱 감상적으로 슬퍼져서 여인이 사랑스럽다


현실적, 현실적으로 되어

나도 화장을 하고 싶다

분으로 덕지덕지 얼굴을 가리고 싶다

귀걸이, 목걸이, 팔찌라도 하여

내 몸을 주렁주렁 감싸 안고 싶다

현실적으로

진짜 현실적으로


출처:시집 《귀골》(평민사, 1985. 6.15.초판, 1989. 4. 29. 중판) 37쪽~38쪽


***

내가 보는 야한 여자?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한때 세상을 소란스럽게 했던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인정한다

젊은시절 이 시의 의미를 깊이 새기지 못하다가 늧은 나이에 다시 느낌이 되는 글이다

이 詩는 육체를 두고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허물을 감추기 위한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 한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화장을 한다.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아니어도 좋다. 양철 귀걸이와 반짝이는 목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분을 덕지덕지 바른 얼굴로 세상 앞에 선다.>

그것은 숨김이 아니라 고백이다. 나약함을 보이고 싶지 않은 솔찍한 고백이다


나는 외로우니까 돋보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그래서 여자는 화장을 한다

솔찍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사랑받기 위해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은 얼굴은 거짓이다

나는 남자라도 누군가의 눈빛을 받고 싶어 한다. 사랑 받고 싶어 치장을 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야한 남자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진실로 믿고 있다.

그렇다.

그는 이렇게 진실을 이야기 한다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으로 자신의 나약함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싫어한다.

야한 것은 치장이다

야한 모습은 남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돋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망!

경기를 해서 타인보다 앞서고 싶은 건 누구나에게 있는 욕망이다

그런데 앞서고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보이기 위함이 아니던가? 내가 남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사실을 이야기하면 나도 야한 남자다

나의 약한 부분을 숨기기 위해 나는 야해지고 있다

타인이 보고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인가?

무엇인가 부족한 나를 채우기 위해 허덕 거리며 살아왔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겉치레로 내 얼굴을 떡칠하고 있다

"나는 야한 남자라고 불리고 싶다"

여인들 앞에 나는 이런 소리를 듣고 싶고 허세를 조금은 부려서라도 그들 앞에 밉상이 되기 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얼굴에 분粉칠을 한다.

웃는 얼굴이 되어 탈을 쓰고 있다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내가 야한 남자라서 더 그렇다"


***

그 시절 그가 쓴 소설 <즐거운 사라>는 그를 감옥으로 보넸고

일본에서는 베스트 셀러 소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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