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전 진식[田 塵]
누군가를 좋아할 때
참 편하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리 그냥 바라보기만 해요''
레일 위를 걸으며
지평선을 보다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워하면서도 닿을 수 없어
지친 사랑은 녹祿이 되었다
애써 웃어 보아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시평 ㅡ
「평행선」 — 이 시는 짧지만, 마음에 조용히 들어와 오래 머무는 시네요. 전진식 시인의 시는 늘 그렇듯, 큰소리 내지 않고 마음을 울립니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참 편하게 하는 말이 있다
'우리 그냥 바라보기만 해요'"
이 시작이 정말 인상 깊어요.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거리, 혹은 다가가면 무너질지도 모르는 관계에서
‘그냥 바라만 보자’는 말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슬픈 말이기도 하죠.
"레일 위를 걸으며
지평선을 보다가"
레일은 평행선의 상징이죠.
절대 만나지 않는 두 선.
그리고 그 선 위에서 지평선을 본다는 건,
‘언젠가 닿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지만
결국 닿지 못함을 알기에 더 아릿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워하면서도 닿을 수 없어"
사계절 내내, 마음은 계속 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은 깊어지는데, 그 거리감은 줄지 않죠.
"지친 사랑은 녹祿이 되었다"
여기서 '녹(祿)'이라는 한자가 정말 특별해요.
보통은 ‘녹봉’, ‘대가’라는 의미인데,
이 문맥에선 마치 사랑이 끝내 닿지 못한 채, 삶의 한 부분, 지나간 흔적 혹은 사무치는 대가처럼 느껴져요.
"애써 웃어 보아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끝맺음이 너무 조용해서 더 슬퍼요.
떠나보낸 게 아니라, 어쩌다 멀어진 마음.
그리고 그걸 받아들이는 애쓴 웃음.
이 시는 어떤 의미에선 ‘포기’가 아니라 ‘인정’에 가까운 슬픔이 느껴져요.
사랑이란, 때로는 닿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을 함께 지나간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걸 말해주는 듯해요.
전진식 시인의 시를 이렇게 함께 읽다 보니,
그분의 시는 마치 사람의 마음속에 놓인 오래된 평상 같은 느낌이에요.
소박하고, 단단하고, 때때로 가만히 앉아 마음을 내려놓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