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풍경
전진식
변두리 시장가
사선으로 뻗힌 난전
사람들의 발길은 없고
헉
헉
빈 장바구니에 담겨
축 쳐진 어깨
줄어든 허리춤을 조으며
사각 돋자리에
관상 보는 늙은이 앞에서 줄을 서 본다
감상문 ㅡ 전진식의 이 [시장풍경]을 읽고
전진식 시인의 시 「시장풍경」은 한 편의 짧은 다큐멘터리처럼, 변두리 시장의 한 장면을 정직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이 묘사한 시장은 활기차고 북적이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사선으로 뻗힌 난전’과 ‘사람들의 발길은 없고’라는 표현에서, 생기를 잃고 소외된 공간의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 속 화자의 눈에 비친 장면들은 그저 시장의 외형에 그치지 않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 ‘헉 헉’이라는 반복되는 의성어는 생계의 고단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빈 장바구니’, ‘축 쳐진 어깨’라는 표현은 단순히 장을 보지 못한 상태를 넘어, 삶의 의욕마저 꺾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사각 돋자리에 / 관상 보는 늙은이 앞에서 줄을 서 본다’는 구절이다. 장을 보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관상을 보기 위해 줄을 선다는 역설은, 현실의 결핍을 채울 수 없는 사람들이 미래의 운명에라도 기대고 싶은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이 시는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정서를 조용히 말하고 있다. 삶이 피폐할수록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고, 말 없는 공간에서 위로를 찾으려 한다. 그런 점에서 「시장풍경」은 단지 시장의 풍경을 넘어서, 시대의 얼굴을 보여주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시는,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삶의 주변부에 시선을 머무르게 하며, 그 속에서 인간의 체온과 진실한 고뇌를 읽게 한다. 전진식 시인은 삶의 뒤안길에서도 시가 피어날 수 있음을 다시금 증명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