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지하철도쉰내가 나고
비탈의 정년
전진식[田塵]
때가 되면 떠날 줄도 알아야지
눈을 뜨고
출근하는 아내를 못 본 채 모로 누워 다시 눈을 감는다
혹여 잠이 깰까나 살포시 문을 닫는 아내의 뒤태에는
흰 머리카락이 날리고
머리맡에 던져진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은 일당의 한 조각이다
공짜 지하철도 쉰내가 나고
친구 주머니를 털어 대폿집 냄새도 이골이 난다
국수 면발을 앞니로 끊다가
시장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발자국을 본다
질퍽한 세상 냄새
왜 이리도 눈물이 되나
강변에 앉아 덧없이 던지는 돌멩이질에
청둥오리가 푸득 거리며 강 건너로 간다
도망치 듯 달려온 인생길에 황혼의 늘어진 그림자가 보이고
애착 같은 것도 없는데 너무 길게 매달려
삶이 구걸되는 모양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구급차의 사이렌
상두꾼의 외진 목소리가 골목을 빠져나간다
산다는 것이
가로등 주변을 돌고 있는 것인데
멀리서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고 있다
ㅡ토지문학 주관 코벤트가든 문학상 대상 ㅡ
[시평] 경성대 문창과 교수 문인선
이 시는 인생의 낙오. 변두리적 인생의 삶을 눈물나도록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애착 같은 것도 없는데 너무 길게 매달려/ 삶이 구걸 되는 모양새다
눈을 뜨고/출근하는 아내를 못 본 채 모로 누워 다시 눈을 감는다
여기서 시인은 정년의 샐러리맨들의 아픔을,
다시 말해서 희망없는 삶에 대한 회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돈 벌이는 남자가 하여야 하는데 소득도 없이 할일없이 뒹글거리자니 아내의 눈치가 보이고 아내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그 참담함.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친구가 사주는 공짜 술도/
공짜 지하철도-
시장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발자국을 보면서/
세상에 버림받은 것 같은 자신의 처참한 신세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질퍽한 세상 냄새가/왜이리 눈물이 되는가 했다
정년 퇴직을 한 노년을 심각하게 그려낸 이 시에서 정년 후의 우리들 삶의 방식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