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섬결 생각

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독서 후기 - 자츠에 가고 싶다

by 나탈리


소중한 사랑이 떠나가려 한다. 밥 먹을 때 반주를 곁들여 먹는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야카는 떠나가려는 사랑- 겐타로를 붙잡고 싶었다. 이해해 보고 싶다. 이해애야 했다. 퇴근길,

그가 일주일에 두세 차례 들러, 밥과 술을 해결하고 오던 정식집 자츠를 찾는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의혹을 담고 가 본 자츠는, 낡고 그다지 넓지 않은 동네의 평범하디 평범한 식당이다.



선대 조우시키 씨의 먼 친척인 미사에 조우는 선대의 아낌없는 편달로 오늘날의 자츠를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선대 사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제 것이 아닌 양 저만치 밀어 놓고, 첫 직장에서 받은 상처를 싸매어

가며 자츠 자츠와 한 몸이 되어가는 조우 씨. 이웃들의 민생고를 해결해 주는 일은 조우 씨의 삶의 의미이면서 전부인 듯하다. 누가 뭐라 하면, ‘흥!’ 하고 내뱉는 콧방귀에서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과 달관을 엿본다.


“난 이 가게에서 멀쩡한 것을 본 적이 없어.”

단골손님의 악의 없는 불평과, 가게도 나도 다 낡아 빠져서 그래, 하고 맞받아치는 주인의 조합이, 사람 사는 내음을 물씬 풍겨 주는 자츠! 투박하고 무뚝뚝한 응대지만 조우 씨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휘리릭 완성한 음식에 손님들은, ‘그래 이 맛이야 이 맛!’ 감탄을 내지른다. 요리에 대한 진정성, 그 따뜻한 마음을 알기에

고개들은 자츠를 찾아, 육신의 허기와 영혼의 피로를 달래는 것이다. 따스한 밥과 요리와 술을, 부담 가지

않는 가격으로 이웃들에게 제공하는 조우 씨. 그것은 선대 조우시키에 대한 의리이자 그 정신에의 계승

아닐까.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조우 씨의 가게에 시간제로 취업을 한 사야카. 조우 씨는 사야카를 자네라

부르고 속으로는 귀여운 아이로 칭하기로 한다. ‘나에’에 대한 아픈 기억으로 인해, 아르바이트 생을 너무

믿지도 의지하지도 않기로 하지만, 그는 점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야카에게 스며들어 간다. 그만큼 솔직하면서도 순수하기에 고객들도 사야카를 무척 신뢰한다. 첫 술부터 무척이나 달게 느껴지던 조우 씨의

음식들을, 조금 덜 달게 개선하려는 의지를 지닌 채로, 사야카는 특제 소스를 만들어 와서는 조우 씨에게

써 보라 권유하기도 한다. 평소 조리에 관심이 많았고 어느 정도 일가견도 있었기에, 사야카는 홀 서빙과

거지를 하는 틈틈이 주방의 조우 씨를 도우며 자츠의 메뉴들을 익혀 간다.

“조우 씨의 요리는 대충 하는 것 같으면서도 포인트는 꼭 집고 가는 것 같아요.”

사야카는 조우 씨의 요리를 이렇게 촌평하지만 대충은 숙련에서 오는 신속함이고 포인트는 요리에 대한

정석이자 집념 그리고 인정일 터다.




자츠의 메뉴는 참 많기도 하다. 익숙한 카레, 돈카츠부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누카미소, 누마카세, 킨톤, 시오락교, 누카스케, 정어리 난반즈케, 니쿠자가, 토마토 브루스케타 등등. 요리법에 대한 간결한 설명을 읽으며, 조우 씨가 되어 웍을 돌려도 보고, 자츠의 고객으로서 조우 씨가 만든 음식을 마음껏 음미도 해 본다. 오직 상상 속에서. 조우 씨와 사야카와 다카즈, 그리고 선대 조우 씨의 서사가 튼튼한 뼈대처럼 요리의 맛을 받쳐 주고 있어, 읽느니 점입가경이다.



속전속결로 이혼을 매듭지으려는 겐타로. 사랑을 붙잡기 위해 자츠에 왔고, 조우 씨를 만나, 조우 씨로부터

음식을 배우는 동안에도 사야카는 여전히 겐타로를 사랑하고 있다. 그를 이해하고 싶어 자츠의 밥을 먹고

자츠의 음식을 배우다 보니, 밥과 술을 같이 먹어도 지장이 없고 맛이 배가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하지만 일단 떠나간 사랑은 차갑기만 하다. 이혼을 매듭짓기 위해 시끄러운 이자카야를 약속 장소로 잡는

그의 속셈은 무엇인지, 사야카는 변해버린 그가 야속하기만 하다.

“우는 아이는 없느냐?”

“나쁜 아이는 없느냐?”

이혼 얘기를 하는데, 뜬금없이 기괴한 분장의 도깨비가 나타나 한바탕 떠들고 나간다면? 이후로도 몇 차례나

‘나마하게 서비스’라 하는 이벤트를 받으며 이혼 얘기를 나눠야 한다면? 호응이고 뭐고, 하필 이런 장소를

물색한 이에게 원망의 불화살을 마구 쏘아 보낼 것 같은데...... 호응을 못하는 사야카를 못마땅해하는 겐타로! 난 이렇게 이혼하고 싶지 않아. 난 이미 마음이 떠났어. 이렇듯 평행선만 달리던 부부. 결론이 나지

않자, 겐타로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만나자는 제안을 한다.



‘변호사’라는 단어로 무너진 사야카의 마음은 끝내 조우 씨에게 이혼 얘기를 털어놓게 만들어 버린다. 한 번도 결혼해 본 적 없는 올드미스 조우 씨지만, 이쪽도 변호사를 붙여야 한다는 명쾌한 조언쯤은 할 수 있었다.

그는 사야카에게 경제적 부담이 안 가도록 자츠의 고객 중한 분을 알아봐 주기로 마음을 써 준다.

그리고 의논 차 방문한 본가에서 부모님에게 어렵사리 이혼 얘기를 꺼낸 사야카. 예상대로 부모님은 극구

반대를 하며 질문세례를 멈추지 않는다. 결국 양가 사돈끼리 만나 이혼 불성립을 위한 작전을 펼치려 하고,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에 질려버린 사야카는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결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고객의 도움에 힘입어 이혼 직전까지의 생활비를 받아내며 사랑을 깨끗이 떠나보내는 사야카. 미안해. 겐타로의 사과는 사야카에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혼에 동의해 주어서 고맙다는 의미인 줄 사야카는 안다. 변호사에서 친구의 친구로, 무슨 파이낸셜 플래너로 밝혀진 여자(겐타로의 새로운 여자로 추정되는)가 자신의

운명을 저울질하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치지만, 지금은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이 선택한 이혼이다. 미련스레 껍데기만을 안고 유지하려 했던 결혼생활은 곪아터진 법의 언약일 뿐, 피차 득될 게 없을 것이다. 결론은 홀로서기였다.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면 오세치 요리로 단골 고객들에게 마음을 선물하던 조우 씨. 남은 재료를 정리하기

위해서라지만 그건 사랑이고 인정이었다. 그런 나눔으로 섣달 그믐날의 쓸쓸함을 달랜 지 얼마 안 가서,

코로나로 인해 자츠도 직격탄을 맞는다. 바이러스 확산에 공포를 느낀 누군가의 붉은 글씨 테러.

난도질당한 마음을 안고, 자츠의 사장과 직원인 두 사람은 가게를 정리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단골

다카즈도 도시락을 손에 든 채 위로하러 오지만, 그 모습마저 아픔을 더해 줄 뿐이다. 코로나도 인해 그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딸과 사위와 손주들과의 동거를 하지만, 끝내는 세를 얻어 나와 북새통을 피하기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을 혼란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코로나의 괴력이여!


일단 후퇴를 감행했지만, 자츠 말고는 갈 곳도 없고 생에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조우 씨는 자츠를 도시락

가게로 수리하여 운영한다. 사야카의 실질적인 도움과 응원은 조우 씨에게 천군만마의 위력을 발휘하여,

마침내 코로나로 무너져가던 자츠를 거뜬히 재기하게끔 만들었다. 역 앞으로 점포를 이전하여 다시 사야카를 영입하려는 조우 씨. 기력이 달려 도시락 가게 운영에도 힘이 부치는 조우 씨가 자츠의 후계자이자 동반자로 사야카를 낙점한 것이다. 조우 씨도 사야카도 자츠의 두 축이 되기에 부족함 없는, 마음으로 마음을 요리하는 장인들이기에.


3대 조우 씨라 불려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폴짝폴짝 뛰듯 걸어가는 사야카와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가는 조우 씨. 영화의 엔딩 장면처럼 시나브로 마음을 적셔 오는 온기, 훈훈함을......


중독성 있다. 몇 차례 더 정독하여 놓친 것들을 발견하고 싶다.

조우 씨를 지탱해 온 그리움, 사야카의 순수하지만 냉철한 매력, 정감 있는 이웃이자 단골인 다카즈와, 조우 씨의 눈을 빛나게 만든(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듯) 계란 장수 오바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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