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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없는감성 Mar 10. 2022

#2. 그래 여행이다.

이것은 '향기를 따라가는 자전거 산책.'

도시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누구나 창문을 닫고 말하는 소리 ' 아~ 소똥 냄시'

친구 한 명이 두엄냄새 좋지 않냐고 물어보니 두엄이 뭐냐고 되물어본다.

아... 모르는구나.. 그러고 보니 전에도 두엄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었던 거 같다.

 

두엄 = 짚·잡초·낙엽 등을 퇴적하여 부숙(腐熟)시킨 비료.

 

이제 누가 이 글을 보면 알겠지? 두엄이 뭔지.

길을 가다 두엄냄새가 나면 도시에서 뭍은 때들이 훌훌 날아가 버리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때는 살짝 열어서 자연의 향기를 만끽하자. 천천히 지나가면서 맡는 두엄냄새와 빨리 지나갈 때 맡는 냄새는 틀리다.

여유와 급함의 차이인가? 아무튼 느낌이 틀리다.

전창운 교수님의 '저는 두엄냄새를 맡으러 시골로 가요.

엄마의 품 안으로 들어가요' 이 말의 뜻을 조금이나마 알 거 같다.

빡빡한 일상에서 벗어남과 자연과의 만남, 그리고 고향으로의 초대.

나는 고향이 용인이지만 그곳에서도 예전에는 두엄냄새가 있었던 거 같다.

지금은 빡빡한 아파트가 그곳에 '내 자리요!' 하고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처럼 우뚝 솟아 있다.

 


니콘 FM2 50.4


그래 여행이다.

여행은 삶을 풍족하게 완성시키는 박카스 같은 피로회복제 같은 역할을 하는 거.

잠시 자유로운 나를 만나고 그곳에서의 풍경을 눈으로 카메라 렌즈로 빠짐없이 담아와 다음을 기약한다.

여행은 즐겁다. 어떠한 여행이라도 추억이며 삶이다. 힘들고, 고생하고, 즐겁고,

눈물겹도록 우울한 여행도 박카스다.  뭐 난 아직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지도 않았고...

(실은 한 번이다.. 그것도 졸업여행) 국내여행은.. 좀 다녀봤지만 주위에

더 많은 곳을 다녀본 사람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든다. 하지만 잘 다닌다. 가고 싶은 곳?

외도, 제주도, 울릉도, 담양, 나주, 여수, 정선,.... 등등

우와.. 아주 많구나.. 아직 가고 싶은 곳이 이렇게 많은데 해외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니.. 좀 부끄러워진다.

국내 여행지에서 반가운 것은 그곳의 인심이다. 몇 해 전 친한 친구들과 자전거 여행을 할 때이다.

군산에서 우리는 시골인심이라는 것을 맛본다. 군산 슈퍼에서 우리는 인심으로 커다란 바나나 한송이를 얻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 먹는다. 그것을 본 어르신분들은 중국음식(장궤)을 시켜주신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에서 우린 신문지를 깔고 앉아서 시골 인심에 마냥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즐긴다. 그리고 가다가 허기지지 않도록 빵까지 챙겨주시는 것은 여행을 빛나게 한다.

공주에서는 슈퍼 아주머니께서 손수 밥을 지어주신다. 아롱이(그곳 개 이름)도 우리를 반긴다.

자전거포의 아저씨도, 교회에서의 잠자리는 편안한 안식처이다. 



lomo LC-A+


표지판과 인사하고, 가드레일과 얘기하며, 저녁이 되면 귀뚜라미와 개구리 친구들과 함께한다.

아카시아 냄새와 뜨거운 아스팔트 냄새, 흙냄새 그리고 사람 냄새...

이모 든 것을 그때는 기억하고 있지만 여행이 끝나고 찾으려면 찾기가 힘들다.

여행에 대한 노트를 만들고 싶지만 글을 잘 못쓰고 좀 게으른 성격 때문에 놓치기도 한다. 

전에 수원 집에서 뚝섬역 연습실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여러 향기들이 나를 불렀다.

그것의 시작은 아카시아 냄새일 것이다. 아카시아 냄새가 나의 코 끝을 살짝 건드려서 향기에 취해 힘든지도 모른다.

가다 보니 타이어 냄새, 탄천에 흐르는 약간의 비린내, 그리고 다시 아카시아 냄새, 나의 땀냄새, 풀냄새, 잔디 냄새,

내가 폈던 담배냄새, 쓰레기 냄새, 철 냄새, 알 수 없는 냄새들... 그때 가면서 생각했다.

 

이것은 '향기를 따라가는 자전거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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