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는 끝무렵의 찬사
올 가을 영하의 날씨가 찾아왔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일교차는 컸지만,
얼마 전 '패딩 없이 본 수능'이라는 기사의 일부를 본 기억만큼
낮에는 꽤나 포근하던 가을이었다.
난 평일 아침을 산책으로 시작하는데,
아침엔 낮만큼 온기가 느껴지지 않지만 그 풍경과 바람은 온전히 따스함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목도리와 장갑을 착용하고도 발이 시려 동동 돌아온 후
이번 가을과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산책하기에 봄과 가을은 정말로 행복한 계절이어서,
해가 갈수록 길어지는 여름과 겨울이 원망스러울 정도이다.
여름은 싱그러움 느낌이 물씬 느껴지지만 뜨거운 볕 때문에 달궈진 아스팔트와 온도 탓에
짧게 산책하고 밤산책으로 보충해야 한다.
밤이 선선할 때는 좋지만, 올해는 유독 열대야도 길었고 밤엔 풍경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겨울은 그래도 겹겹이 챙겨 입으면 산책은 여름보다 더 할 수 있지만
너무 춥다.
털북숭이 강아지는 제법 날아다니지만, 추위 많이 타는 주인은 덜덜 움츠리게 되는 계절이다.
가을의 어여쁘고 많던 나뭇잎을 털어내고 휑한 나무들마저 보기만 해도 시리다.
가을은 참 좋다.
걸어만 다녀도 콧노래가 나오고, 가을 안의 나는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올해는 예쁜 가을을 즐기며 좋은 생각이 나면 핸드폰을 꺼내 끄적였다.
가을의 끄적임 1.
가을날 하늘을 보니,
여름의 길었던 습한 날들을 정리하며
물기 먹은 구름을 탈탈 털어
색색들의 나무에 걸어 두었다.
구름을 나무에 걸어 보송하게 말리는 계절, 가을.
가을의 하늘 색도, 구름 색도 무언가 순수한 하늘과 구름색 자체여서 보다가
그것이 나뭇가지와 겹쳐 꼭 가지에 구름을 걸어놓은 것처럼 보여 끄적였다.
가을의 끄적임 2.
가을날 나무들의 멋들어진 자태를 감상하며 길을 걷다가
버드나무 옆, 버드나무 마냥 아래로 입을 느러뜨린 나무가 있어
두 나무의 어우러짐에 이를 감상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래로 축 늘어진 잎은
지난날 이유 모를 원인으로 부러져버린 두꺼운 나뭇가지가
바닥을 향해 있던 것이었다.
부분만 볼 땐 아름답다고 감탄했는데,
전체를 살펴보게 되니 마음이 아팠다.
꽤나 굵은 가지는 이미 반 이상이 부러져 꺾인 상태였고,
그 시간이 오래되진 않은 건지 늘어진 잎들은 가을의 형형색색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러진 가지가 다시 붙을 일은 없다.
결국 썩게 될 가지라면 어서 잘라내는 것이 나을 텐데....
사람들도 작은 부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언젠가 썩게 될 무언가를 잡고 있지 않을까.
오늘, 이러다 훅 가을이 가기 전에 꼭 브런치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주부터 바람이 불면 우수수 떨어지던 낙엽은,
차츰 약한 바람에도 후두둑 비처럼 내릴 만큼 그 힘을 다했다.
이러다 예쁜 나무들이 낙엽을 탈탈 털어내고 나면 금방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은행나무가 많은 대로변의 길을 걷다가 미화원 아저씨가 아직 치워내기 전,
은행잎이 정말 많이 쌓여 폭신한 눈길처럼 뒤덮인 곳의 은행잎을 꾹꾹 밟으며 지나갔다.
바스락대는 낙엽과 달리 이제 갓 떨어진 잎들은 겹겹이 모여 폭신한 느낌을 주었고.
나도 모르게 즐거운 마음과 함께 불현듯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은행나무 길이 떠올랐다.
어릴 적 기억들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걸까.
내가 옛날에 살던 동네에는 작은 산이 있었고,
그 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은행나무가 주욱 이어 심어져 있었다.
그래서 가을이면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노란 길을 걷게 되었고,
학교 숙제라든가 추억의 한 페이지의 은행잎이 필요하면 그 길로 달려가서 예쁜 잎을 골랐다.
갑자기 생각난 그 기억에 또 기분이 좋아진 나는 하굣길에 낙엽을 주워오는 우리 아이도,
언젠가 어른이 되어 집에 오는 길에 있는 예쁜 낙엽을 골라
엄마에게 선물이라고 가져다준 본인을 기억하길 조용히 바랐다.
그렇게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근처 단풍나무의 나뭇잎이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어
정말 별이 나무에 달린 것 같아 또 예쁘다, 하며 바라보고 떨어진 잎도 하나 집에 가져왔다.
나뭇잎 끝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며
진짜 별을 갖게 된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가을과 작별 인사를 했다.
안녕, 가을.
내년에 또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