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서 함부로 쓸 수는 없어
나는 어릴적부터 만화를 참 좋아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인가 처음 접한 지브리는 아마 '이웃집 토토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주제는 생각이 안나지만,
6학년 때 토토로를 메인으로 PPT를 제작하여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고,
볼을 붉히며 토토로의 주제가를 불렀던 생각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이후 지브리는 나의 필수시청영상으로 뇌리에 콕 박혀서,
지브리에서 나온 영화라면 개봉일을 맞춰 영화관으로 후다닥 달려가 보곤 했다.
물론 볼 때마다 흠뻑 빠지곤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꼽는 지브리의 영화로는
'마녀 배달부 키키'와 '벼랑 위의 포뇨'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좋아하는데, 위의 두 작품과는 달리
하울은 그냥 주인공의 얼굴이 좋았고 후에 원작이라는 책의 내용을 찾아보았을 때
책이 훨씬 더 재미있게 느껴지긴 해서 지브리 작품만으로도 좋았던 건 위의 두 작품이다.
지브리의 영화는 모두 유명하다 생각되지만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 소개하자면,
'마녀 배달부 키키'는 주인공 수습 마녀라고 할 수 있는 '키키'는
정식 마녀가 되기 위해 수행해야하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
살던 고향을 떠나 다른 마을에서 본인이 잘 하는 빗자루타기를 이용해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마녀라곤 해도 그저 어린 소녀인 키키가 사실 마녀의 주특기라기엔 좀 애매해 보이는
빗자루로 날아다니는 것을 이용해 혼자 살아나가는 좌충우돌의 이야기는 줄거리로는 단순해보이지만
내용안에 소녀의 고난과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정말 멋있어서
몇 번을 보아도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벼랑 위의 포뇨'는 일단 귀엽다.
귀여움과 포뇨가 바닷속 생물이라는 설정 때문에 각종 수중 배경이 나오는데,
지브리의 그 몽글몽글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담아낸 수중 배경이 정말 흥미로워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나는 포뇨를 볼 때마다 디즈니의 인어공주의 지브리 버전이라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데,
그처럼 바다의 공주 같은 포뇨가 인간세계의 소스케를 만나는 모습이
인어공주인 에리얼이 인간의 다리를 얻어 왕자를 만나고 데이트를 하는 모습의 어린이 버전처럼
귀엽고 사랑스럽다. 마지막 끝맺음까지 완벽하게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작품으로,
처음엔 '귀엽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포뇨는 사실 우리 아이의 최애 지브리 작품이라,
반 강제적으로 여러번 보았는데 거듭 볼 때마다 내 마음을 간질이는 무언가가 있는 매력있는 작품이었다.
이런 지브리가 최근(조금 지나긴 했지만) 대한민국 2030을 매우 흔들었다.
그것은 바로 AI때문이었다.
특유의 아날로그 느낌과 그 미야자키 하야오의 색이 짙은 지브리의 그림체는
그냥 느낌만으로 '지브리다'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강한데,
올 해 초만해도 AI든 챗GPT든 언론에서 전해들어만 봤지 실제로 사용한 경험은 적었던 나는
AI가 지브리의 그림을 모방한다는 게 와닿지 않았다.
실제로 여러 사진들의 일명 '지브리풍'이 돌아다니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큰 사랑을 받던 지브리이기에,
알음알음 퍼져 곧 SNS에 모두들 지브리풍으로 변한 그들의 사진이 올라왔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평범한 사람들의 사진이 지브리의 등장인물처럼 그려진 것이다!
일단 처음 든 생각은 '기술이 대단한데!'하는 것이었다.
너도나도 시도해볼만큼 간단한 방식으로도 지브리의 그림을 흉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다음 생각은 '이건 지브리의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기에 저작권법에 대한 지식은 매우 한정적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으로 타인이 열심히 만든 창작물을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마음대로 쓸 수없다는 정돈 알고있다.
물론 내 한정적인 지식으로 지브리 영화의 그림, 원작 그대로가 아닌
지브리 느낌으로 본인들의 사진이나 그림을 변형한 것은
저작권법에서 어떻게 다룰지 자세한 사항은 알 지 못한다.
그럼에도 느낌으로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인이 디자인계에서 종사하고 있기에
해당 업계에선 그럼 비슷한 느낌, 형태, 또는 화풍에 대해서 얼마나 민감한지 듣곤했다.
하지만 내가 해당 업계의 종사자는 아니어서 그 '비슷하다'라는 게
개개인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 힘들겠다고 모호호하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브리의 열풍은 내 지인들의 카톡 프로필의 반이 '지브리풍'이 될 정도로 꽤나 크게 번졌고
요즘같이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 비교적 오래 유행했다.
나라고 왜 나를 지브리의 등장인물로 변신시키고 싶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난 시도도 하지 않았다.
어쩐지 나의 그 작고 '남들 다 하는데 나 하나쯤이야'하는 행동이
그 오랜 시간동안 지브리를 만들고 지브리에 색을 입히고 애정한 제작자들의 마음에
상처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단지 귀여워서든, 유행해서든 그 어떤 이유로든
AI를 이용해 지브리풍으로 만든 모든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을 기회로 그들이 알아주면 하는 것이다.
저작권이라는 것은 꼭 법에 명시하거나 어디 등재되서 사용금지라는 확인이 찍혀있지 않아도,
누군가의 소중한 창작물을 지키는 권리이기에 이를 알고 보호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AI는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게 창작물을 복제해 버렸지만,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상당한 노력을 기해 만들어 온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꼭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AI가 정말 10-20년 전에는 꿈도 못 꿀 정도로 많은 것을 바꾸는 시기이다.
이전엔 복잡한 기술을 써서만 가능했던 딥페이크 같이 얼굴을 바꾼 영상을 제작하는 일도
AI를 이용하면 뚝딱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는 초상권과 개인의 인권에 관련된 또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크게 보면 개인의 초상권과 개인이 만들어낸 창작물 모두 누군가의 권리이다.
나의 얼굴이 함부로 이상한 곳에 합성되고 유포되길 원하지 않듯이,
타인의 소중한 창작물을 쉽게 생각하고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누가 보지 않더라고, 법에 명시 되어있지 않아도
누군가의 창작물을 도용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이는 내가 힘들여 기획하고 만든 무언가를 누군가가 쉽게 도용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반대로 생각했을 때 내가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도용하면 안되겠다는 답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했을 때 나의 권리도 찾을 수 있다.
부디,
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AI로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쉽게 도용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