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의 망나니를 한방 먹인 일이 있었다
우리 부서가 망나니의 소속이 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였다. 이 부서가 하는 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 없는 사람이 상사가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됐는데, 마치 그것을 의식이라도 한 듯 망나니는 공식 발표가 나기 전부터 상사 노릇을 개시했다.
망나니의 첫 번째 개혁안은 사내 메신저에 새로운 그룹방을 다량으로 생산한 것이었다. 인원이 재배치된 대로 그에 맞게 팀을 재분배하여 방으로 밀어 넣었다. 심지어 역할별인지 프로젝트별인지 존재의 의미를 잘 모르겠는 방까지 개설해서, 3개면 충분할 단체방을 8개로 만들었다.
본인은 그걸 다 구분해서 쓰나? 아니. 모든 방에 같은 말을 복붙 하는 게 일이었다. 우리는 1개로 충분할 공지를 8번을 봐야 알림을 없앨 수 있었다. 더 웃긴 건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분명 다른 팀인데도 불구하고, 업무 파악을 하라며 모든 방에 밀어 넣었던 것이었다. 그들은 수십 개의 방에 초대되어 있었다.
두 번째 개혁안은 직책이었다. 망나니는 실장에서 팀장으로 내려간 사람에게 '총괄'이라는 명칭을, 팀원들에게 '매니저'라는 명칭을 달아주며 앞으로는 해당 직책으로 부를 것을 지시했다. 처음엔 당연히 인사팀이 승인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인사팀에 문의하자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 번째 개혁안은 우리 부서 인원들을 갈라놓는 것이었다. 아직 새로운 조직도도 나오지 않았고 상사의 지시도 없었으니 같은 부서 사람들끼리 원래 업무 프로세스대로 일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갑자기 망나니가 내가 없는 어느 방 하나에 '저와 총괄님의 허락이 없는 타 부서와 협업은 불허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나를 포함한 우리 부서를 저격한 내용임이 분명했다.
이외에도 망나니는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크고 작은 개혁을 아주 본격적으로 해내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인사팀과 면담했다. 인사팀은 망나니가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그간의 만행에 대해 여러 번 윗분들에게 전달을 했으나, 그냥 두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번 일도 결국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당시 내 상사였던 S에게도 이 문제를 전달했다. 망나니의 논리대로라면 팀원이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월권이니, 대신 상사께서 전달해 주십사 했다. 망나니의 행동을 조목조목 짚으며 그게 왜 업무 비효율로 이어지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S는 웬일로 망나니를 불러 내 말을 그대로 전달한 듯했다.
망나니는 회의실 문을 쾅! 열고 나와 자신의 자리까지 쿵쿵거리며 걸어갔다. 자리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부서질 듯 소리 나게 두드렸고, 숨이 씩씩대는 소리는 내 자리에까지 들렸다. 사무실 모든 인원이 숨을 죽이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망나니가 온몸으로 감정을 표출할수록, 나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