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니까 잘 챙겨주지 말자
같은 부서였던 팀원 D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직접 면접을 봐서 뽑았고, 서울로 발령이 났을 때에도 함께 데려온 친구였다. 근황을 물으려고 연락한 건데, 충격적인 말을 했다.
- 저 이번 주에 그만두게 됐어요ㅠㅠ
결국 부서를 없앤다고 했다. 본사의 업무를 굳이 서울로 올려 보내더니, 겨우 3분기를 지낸 시점에 다시 본사로 내려보낸단다. 분기마다 팀이 바뀌는 회사니 이쯤이면 오래 버틴 걸로 봐도 될까.
- 다른 팀원분들은 위로금에 1개월 월급까지 줬는데, 저는 실업급여도 겨우 받게 됐어요.
명치에 열이 찼다. 다른 팀원들은 나도 잘 모르는, 일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을 그만치 잘랐으면서 그새 새로운 인력을 뽑은 멋진 회사!) D는 이 회사에서 1년 반을 넘게 근속했다. 챙겨주려면 D를 더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닌가?
- 그분들은 다른 회사에서도 이런 경험이 있어서 노동청에 신고한 일도 있고, 아무튼 자세히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 요구를 잘한 것 같아요. 그에 반해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본사에 내려가라고 했을 때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못 간다고 말하면서 실업급여 해달라고 하니까 네가 못 간다고 말한 건데 왜 챙겨줘야 하냐며 윽박을 지르더라고요.
그 윽박을 지른 사람이 바로 '박혁허세'였다. 나도 그와 대화할 때마다 벽과 대화하는 듯했는데, D도 그걸 느꼈다고 했다.
- 겨우 장거리 발령으로 해서 받기로 했어요. 박혁허세도 그렇고, 회사에도 오만 정이 떨어져서 더 말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다들 이렇게 떠났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명언이 있지만, 이 회사는 그걸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