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올리고 실장 내려

타 부서로 차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by 히읗

직속 상사 S는 나를 불러 조직이 또다시 개편될 것이라 말했다. 체감상 열 번째쯤 되는 개편이었다. 더 나쁜 소식은, 바로 나의 직책을 또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월급은 그대로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말했잖아요. 월급 문제가 아니라, 기분이 상하는 게 문제라고. 대리에서 팀원이 되었다가, 팀장이 되었다가, 팀원이 되었다가, 실장이 되었다가, 다시 또 팀장이라니요.


쏟아내 봤자 바뀌는 것은 없었다.


얼마 뒤 나의 상사가 될 새로운 실장, N이 면담을 요청해 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이 회사의 다른 사업부에서 팀장으로 반년을 근무한 사람이었다. 대표가 가장 좋게 봤다던 경력은, '대기업 계열사 1년 반 근무'였다. 나는 이 회사에서만 4년을 근무한 시점이었다.


비유하자면, 건물을 짓는다는 관점에서는 같은 영역이 맞았다. 그러나 N은 설계도만 보던 사람이었고, 나는 실제 시공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이었다. 단지 N이 이름 있는 아파트를 지어봤단 이유로, 시공 현장의 책임자 자리에 앉혀 놓은 셈이었다. 그 판단의 결과로 나는 N보다 아래에 놓이게 됐다.


N은 먼저 내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회사에서 적자를 이유로 팀 해체를 통보했단다. N은 팀원 몇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다른 업무라도 맡겨달라고 했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고 했다. 내 직책이 내려가는 것도 지금 알았다고 말했다. 알았다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진실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N의 인력 몇 명과 내 인력들이 합쳐져 새로운 부서를 구성하고,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 N은 예상대로 이 시장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고전했다. 그럼에도 제 새끼들을 살리겠다며 열심인 모습이 진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N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N이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맡았고 실무는 내가 담당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3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그리고 다시 3개월이 지나기도 전, N과 팀원 몇 명이 잘렸다. 회사 전체의 적자가 너무 심해서 지금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이 사업은 접겠다는 지령이 떨어졌다. 로또 맞은 만큼 잘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대외적인 이유는 그러했다.


그러면서 윗분들은 서로 '나는 N을 살리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이 반대했다.'라는 말로 N을 내쫓았다. 모두가 선량한 시민이라 주장하고 마피아는 없었는데, 죽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 부서의 총책임자가 내 직속 상사였던 S라는 점이었다. 사업이 부진해서 접을 거였다면, 그가 책임을 지는 게 맞는 거 아닌가?


S가 하는 거라곤 결재 미루기뿐이었는데, N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보니 S와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S는 다른 부서의 전화는 받으면서 N의 전화만 받지 않았다. 윗분들은 S가 N을 부담스러워했다고 입 모아 얘기했다. S가 마피아였을까?


누가 마피아였는지는 끝내 밝혀낼 수 없었다. 다만, 이 조직이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버리는지는 분명했다. 다음이 내가 될 것이라는 것도, 나는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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