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에서 히말라야로

직장인에서 나다운 삶으로

by 체리색크레파스


연봉 1억.
외국계 금융 대기업 애널리스트.

그리고 어느 날,


잘렸다.


회사 노트북과 출입증을 반납하고 사물함을 정리한 뒤 회사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아직도 해가 쨍쨍했다. 그 순간 나는 소속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명함이 사라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었다.


나는 무기력해졌다. 하루 종일 집에 누워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해고는 해고일 뿐, 나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도 마음은 따라주지 않았다. 회사라는 그늘을 벗어나니 내 존재가 가치 없고 능력 없는 사람처럼 느껴져 부끄럽고 속상했다.

길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모두 나를 직업을 잃은 사람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졌다.


점점 더 우울해졌다. 나만 빼고 모두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았고, 1분 1초를 쪼개 쓰던 시간들은 모두 감정에 압도당하며 구겨져만 갔다.

에너지가 조금 날 때는 다시 이력서를 보냈다. 두어 군데 지원했고,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왔다. 부서에서 해고당했다고 하자, 인사담당자는 말했다. 아, 그 회사 그 부서 혹독한 환경 업계 유명하다고. 다른 팀원도 거기서 잘려서 우리 회사 왔다고


순간 안심이 되었다. 나만 잘린 건 아니구나. 내 가치가 사라진 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어디서든 나는 내 가치를 증명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인터뷰에 오고 싶냐는 물음에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이상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단지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회사로의 복귀일까, 사회적 지위의 회복일까? 단지 고액 연봉과 명예를 위해 선택한 직업이었다. 나는 나를 위해 살고 있는 걸까? 모든 것이 흐려지고 우울이 깊어지던 그 순간, 하고 싶은 건 단 하나였다.


‘시간만 있다면 하루 종일 요가를 하고 싶다.’ 던 소망. 지금이 적기 아닌가?


요가 아슈람의 빡빡한 일정 속에 나를 던지고,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만 따라가고 싶었다.


그래, 해보자.

그 생각 하나를 붙잡고 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목적지는 인도, 뉴델리.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히말라야 아래 작은 요가 마을, 리시케시가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비행기 표 한 장이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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