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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킴 May 25. 2024

남편에 대한 실망을 긍정적으로 순화하는 중.

2024 4월, 4년 만에 남편과 함께 한국에 들어갔다.


열흘동안 나는 상당히 불편한 시간을 보냈고 또 남편에게 실망도 했다. 그리고 그는 먼저 출국했다. 나는 나대로 친정 식구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남편보다 3주 늦게 영국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사랑인지 젊음인 건지 상대를 이해해 보려고도 해보고 많이 할퀴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초월하고 무심하게 지내고 싶었었다. 온종일 붙어 지내고 서로의 일정에 서로를 침범했었고, 그 굴레에서 단점만 보이게 되는 사건들만 이어졌다.


진정으로 깊은 실망을 하고 나야 그 사사로운 감정을 놓을 수 있게 되는 거였나.

남편이 화를 내도 내 기대에 부흥 안 해도 잠시 싫증이 나다가 금방 별 감정이 없다.

부정적인 방향인 것 같지만 흔들리지 않는 내 모습에 만족이 크다.


이렇게 흔한 오래된 부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구나 우리도.


내가 무엇에서 실망을 느꼈고 본인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렸는지 남 폄은 알지 못한다.

그저 예전처럼 활기차고 사랑 넘치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나는 매일 늦고, 긴 낮잠을 자고, 매 시간마다 기도하는 그를 더 기다려주지 않게 됐다.

내가 울어야 했던 대화와 다툼의 순간에 내가 울지 않고 'OK'라고 넘어가는 모습에 순간 당황하는 그를 느꼈다. 내가 너무 기다리던 나의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저절로 얻어지는 아니었다.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대화하기가 싫다. 그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고 내가 어떤 기분일지 안다.

그는 그의 묵은 감정의 폭탄을 내와 내 식구에게 던졌다. 내가 늘 그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별일 아닌일이야 넘어가야 한다. 내 차례일 뿐이다. 되돌려 주지 말자.


이 사람과 오랜 시간 평생 함께 잘 늙고 싶었고, 그 꿈이 좌절될까 봐 두려워서 억압도 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왜 더 엄격한지 문화적, 뇌 과학적, 성격적으로 많이 분석도 했었는데 아직 내 사랑, 혹은 그의 사랑이 덜 성숙한 것 같다. 그 사람의 바닥까지 그 사람이 사랑하는 것까지 사랑해 주는 게 우리의 숙제다. 


시차 적응이 안돼 새벽 댓바람에 일어나 습관처럼 비관적인 생각을 아직 하곤 하지만 아직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맞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의 일에 집중하여 나에게 더 알아가보고 싶은 것이 더 많아져야 하는 시기는 진작에 지났다.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안 하고 조심하는 게 더 현명한 거라고,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했었는데 오늘은 그 방법이 옳지많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맞춰주면 좋아하면서도 감사와 무시 그 경계를 쉽게 넘나 든다. 딱히 그가 나쁘거나 바보라서 그런 건 아닌 것이다.


내가 잘 살아야 되고 내가 나를 잘 돌봐야 한다는 말의 뜻을 오늘 또 새로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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