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월, 4년 만에 남편과 함께 한국에 들어갔다.
열흘동안 나는 상당히 불편한 시간을 보냈고 또 남편에게 실망도 했다. 그리고 그는 먼저 출국했다. 나는 나대로 친정 식구와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남편보다 3주 늦게 영국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사랑인지 젊음인 건지 상대를 이해해 보려고도 해보고 많이 할퀴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초월하고 무심하게 지내고 싶었었다. 온종일 붙어 지내고 서로의 일정에 서로를 침범했었고, 그 굴레에서 단점만 보이게 되는 사건들만 이어졌다.
진정으로 깊은 실망을 하고 나야 그 사사로운 감정을 놓을 수 있게 되는 거였나.
남편이 화를 내도 내 기대에 부흥 안 해도 잠시 싫증이 나다가 금방 별 감정이 없다.
부정적인 방향인 것 같지만 흔들리지 않는 내 모습에 만족이 크다.
이렇게 흔한 오래된 부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구나 우리도.
내가 무엇에서 실망을 느꼈고 본인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렸는지 남 폄은 알지 못한다.
그저 예전처럼 활기차고 사랑 넘치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나는 매일 늦고, 긴 낮잠을 자고, 매 시간마다 기도하는 그를 더 기다려주지 않게 됐다.
내가 울어야 했던 대화와 다툼의 순간에 내가 울지 않고 'OK'라고 넘어가는 모습에 순간 당황하는 그를 느꼈다. 내가 너무 기다리던 나의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저절로 얻어지는 건 아니었다.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대화하기가 싫다. 그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고 내가 어떤 기분일지 안다.
그는 그의 묵은 감정의 폭탄을 내와 내 식구에게 던졌다. 내가 늘 그에게 요구했던 것처럼 별일 아닌일이야 넘어가야 한다. 내 차례일 뿐이다. 되돌려 주지 말자.
이 사람과 오랜 시간 평생 함께 잘 늙고 싶었고, 그 꿈이 좌절될까 봐 두려워서 억압도 했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왜 더 엄격한지 문화적, 뇌 과학적, 성격적으로 많이 분석도 했었는데 아직 내 사랑, 혹은 그의 사랑이 덜 성숙한 것 같다. 그 사람의 바닥까지 그 사람이 사랑하는 것까지 사랑해 주는 게 우리의 숙제다.
시차 적응이 안돼 새벽 댓바람에 일어나 습관처럼 비관적인 생각을 아직 하곤 하지만 아직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맞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의 일에 집중하여 나에게 더 알아가보고 싶은 것이 더 많아져야 하는 시기는 진작에 지났다.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안 하고 조심하는 게 더 현명한 거라고,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했었는데 오늘은 그 방법이 옳지많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심리가 그렇다, 맞춰주면 좋아하면서도 감사와 무시 그 경계를 쉽게 넘나 든다. 딱히 그가 나쁘거나 바보라서 그런 건 아닌 것이다.
내가 잘 살아야 되고 내가 나를 잘 돌봐야 한다는 말의 뜻을 오늘 또 새로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