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아주머니들 컨셉 잘 잡으셨네”

각선생 브랜딩의 시작

by 각선생


하루는 막 이사를 마친 고객 집에

선생님 두 분과 컨설팅을 갔다.
그날 에어컨 설치와 간단한 보수공사가 겹친 날이었다.
고객은 이삿짐 정리로 분주했고,
우리도 각자 맡은 구역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공사를 마친 작업자 한 분이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들은 뭐 하시는 분들이세요?”

“저희는 집 정리 전문가들이에요.”

“아~ 이삿짐 업체에서 온 아주머니들이세요?”

“아니요. 정리만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예요.
공간을 좀 더 예쁘고 효율적으로 쓰고 싶을 때 이용하는 서비스죠.”

“요즘은 그런 것도 있어요?
거, 아주머니들 컨셉 잘 잡으셨네~” 허허허

나는 가벼운 미소로 답한 뒤,
다시 일을 이어갔다.

아줌마가 아닌 '전문가' 이미지 만들기

‘근데 이 아저씨는 말끝마다 아줌마라고 하네.’

혼자 속으로 궁시렁 거렸다.
물론 같이 간 선생님들 연세도 있었고
나 역시 아줌마가 맞긴 하다.
알지만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수개월의 전문 교육 과정을 거쳤고,
몇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런데 계속 ‘아줌마’라는 호칭으로 불리니
억울하기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그때 문득 한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람들이 내 가치를 몰라준다고 불평하지 말고,
먼저 가치를 보이고 나서 말해라.]

외형으로 드러나는 이미지 바꾸기

가장 먼저 유니폼부터 손봤다.
앞치마 하나를 고르기 위해 무려 한 달을 고민했다.

신뢰감을 주는 푸른 줄무늬 셔츠,
단정한 검은 팬츠,
그리고 공방 느낌의 앞치마로.

모두 바꿨다.

솔직히 말해 이 앞치마는 불편하다.
어깨는 가죽이라 무겁고, 세탁도 까다롭다.
그럼에도 같은 제품을 지금까지 세 번째 쓰고 있다.
앞치마가 세련됐다고 링크를 걸어달라고 말하는 고객들도 많았다.
이 앞치마를 입으면 내 자세도 달라진다.
묵직한 가죽이 어깨에 닿는 순간
마치 이순신 장군이 갑옷을 입은 것처럼,
경건한 작업 시작을 알리는 나만의 루틴이 됐다.

장비도 다 바꿨다.
손글씨로 써서 붙이던 문구용 견출지 대신

라벨기를 들고 다녔고,
인쇄된 글자로 공간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계약서 바인더, 명찰, 접이식 의자까지.
모든 장비를 전문적으로 보이게 새로 정비했다.



그게 각선생 브랜딩의 첫 시작이었다.

시간이 지나자
이런 디테일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고객 후기에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레 붙고,
맘카페나 당근이 아닌
내 개인 블로그를 보고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전 09화아기엄마들이 단골이 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