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인가구 전문이 된 이유」

위기가 알고 보니 기회였다

by 각선생

정리 컨설팅은 원래
여러 명이 함께해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처음엔 그렇게 일해왔다.
하지만 일감이 생겨도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업계가 그렇다.
업체는 바쁠 때 항상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고
일하는 사람은 일감이 들쑥날쑥해
결국 다른 일이나 본업으로 돌아가는 일이 흔하다
우리 팀원들처럼 말이다.

그 시기,
신생 업체였던 나와 일하려는 사람을
섭외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일이 고정으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분들 스케줄을 미리 당겨서 잡기가 어려웠다.

인기 있는 분들은 한두 달 전부터 예약이 다 차 있었다.

[나중에 어느 정도의 일감이 확보되고 나선

같은 협회 후배님들 채용으로 구인난을 해결했다.]


당시엔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할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다.
그게 나와 가장 잘 맞는 길인 줄 그땐 몰랐었다.
이게 지금의 내가 1인가구 전문이 된 이유기도 하다.


그 시작은 숨고에서 시작됐다.

당시 동네에 전단지도 만들어 붙이고,
여러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다 강퇴도 당했다.
블로그가 있어도 노출이 잘 되는 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는데 한계를 느꼈다.
그러다 우연히 사장님들 커뮤니티에서
[숨고]라는 앱을 알게 됐다.
여기 가입해서 돈만 날렸다고 한 사장님이 올린 불만글을 봤다.

댓글 분위기도 별로 안 좋았다.
근데 나는 글 내용 보다 그 플랫폼에 더 마음이 갔다.

당시만 해도 청소 매칭 앱은 [미소]밖에 몰랐다.
그래서 읽자마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로 가입했다.


여기는 캐시를 충전해야 고객과의 상담이 가능했는데 거래가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견적만 보내고 끝나는 일이 꽤 오랫동안 반복됐고
몇 만 원씩 충전한 돈이 허무하게 사라질 때마다
그때 커뮤니티 사장님들 말대로 나도 속은 건가?

불안함을 넘어 살짝 기분이 상할 무렵이었다.


드디어 첫 거래가 성사됐다.


의뢰인은 여자 자취생, 집은 원룸이었다.
너무 신기하고 기뻤지만 그 기분도 잠시였다
갑자기 걱정과 불안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처음으로 나 혼자 해야 되기 때문이다.


"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그냥 못하겠다고 할까,


오만 가지 생각에 밤에는 잠도 설쳤다.
많은 생각을 안은 채 무거운 마음으로 고객 집을 향했다.
앳된 얼굴에 순한 인상의 고객을 보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현관문이 활짝 열리자 어질러진 자취방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질러진 물건들 사이로 정리 후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처럼 빠른 전개로 펼쳐졌다.

마치 '루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집의 문제점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이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한눈에 보였다

큰 설계를 마치고 나니 걱정되는 게 없었다.
그때 알았다.

아, 나는 원룸 정리가 잘 맞는구나.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고, 이상하게 신이 났다.
빨리 그 집을 정리하고 싶어서 설레기까지 했다.

혼자 일하니까 좋은 점은

여기저기 사람 구하러 다니느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오직 고객과 정리에만 집중하면 됐다.
게다가 둘이 조곤조곤 의견을 나누며 정리하니 커뮤니케이션 오류 없이 일처리도 매끄러웠다.

일하다 배고프면 둘이 밥도 먹으러 나가고,
힘들 땐 달달한 간식도 시켜 먹었다.
일하는 느낌 보단 마치 친구 자취방에 놀러 온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편하니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평소 내 성격의 장점을 살려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세심하고 꼼꼼한 작업 방식이 맞다.
그때부터 고객과 1대 1로 밀착해 진행하는

소형 평수 위주로 일을 맡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1인가구 비중이 높아졌고, 작은 집의 특성상 청년 고객이 많아졌다.

그렇게 나는 청년 1인가구 전문 컨설턴트가 됐다.



후일담


이후로도 숨고와의 인연은 제법 오래 이어졌다.

내 성장에 적잖은 기회를 줬다.

누군가에겐 불만이었을지 몰라도,

그때의 나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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