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엄마들이 단골이 된 이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by 각선생

마라맛 정리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며칠 뒤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대구 사장님이었다.

갑자기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그때가 대구에서 신천지 코로나 사건이 막 터졌을 때다.
당분간은 컨설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나중에 다시 연락을 주시겠다고 했다.

거기에 모임 인원 제한까지 생기자
여기 있던 팀원들조차 자주 만날 수 없었고,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사무실 계약 해지와 함께
팀도 자연스럽게 해체됐다.

기약 없이 코로나 여파가 길어지며
이대로 마냥 일감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당근과 맘카페에
조심스럽게 글을 올리며 개별활동을 이어갔다.
효과가 크진 않았지만 아예 없진 않았다.
다만 팀원 모두가 일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본업으로 돌아간 팀원들도 있었고,
결국 마음이 맞는 한두 명만 남아
소규모 컨설팅을 하게 됐다.
그렇게 나는 혼자서 영업을 시작하게 됐다.

영유아 가정 고객들이 내 최초의 단골들이다.

예전에 마지막 실습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나는 주 고객을 영유아 가정으로 정했었다.
그래서 홍보물을 작성할 때,
‘내가 아기 엄마라면 어떤 업체에 맡길까’를 기준으로
서비스 내용을 작성했다.


당시 크몽에 의뢰해서 만든 맘카페 홍보물


우선 아이가 있는 집은
위생과 안전에 대한 기준이 높다.
그건 내가 아이를 키우며
가장 예민하게 신경 썼던 부분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 아는 기준으로,
제일 자신 있는 방향으로 엄마들의 마음을 공략해 보기로 했다.


[정리는 물건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이해가 있을 때 정리의 결과는 훨씬 좋아진다.]


실측 상담을 가선 첫 만남 때,
고객이 보는 문 앞에서 손에 세정제를 뿌리고
새하얀 장갑을 꼈다.
(당시 코로나 때라 유독 더 민감한 시기였다.)
그다음 일회용 위생 덧신을 신고,
신고 온 신발은 가지런히 정리한 후 들어갔다.

깨끗한 장갑은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였고,
일회용 덧신은
혹시 모를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묻은 발이
고객 집의 이불이나 바닥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막 입주한 새집에서는
화장실 사용도 조심했다.
그게 습관이 되다 보니
어느 날은 단골 고객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은 볼 때마다 왜 화장실을 안 가세요?”


예전에 맘카페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입주 초기,
집주인도 아직 쓰지 않은 화장실을
한 작업자가 물어보지도 않고 사용해서
마음이 불편했다는 글이었다.
이 글에 많은 댓글이 달리며 찬반 논란이 일었다.
뭐가 맞든 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니,
굳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나의 이런 섬세함은
그걸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들에게
분명히 통했다.

이 작은 행동들은
고객의 생활공간을 존중하겠다는 내 의지이자,
고객이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지금의 나는 청년들의 자취방을 많이 가지만
초창기 때 내가 주로 다녔던 집들은
1인 가구가 아닌 영유아 가정들이었다.
그때 만난 고객 중에는
지금도 가끔 사석에서 만나 술 한잔을 나눌 만큼
오래 이어진 인연도 있다.



후일담


정식 팀이 해체되고
혼자 활동한 지 몇 달 뒤,
대구 사장님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그사이 방송 출연도 하시고 더 유명해지셨다.
이제는 팀 없이 나 혼자와도 괜찮다고 했다.
그때는 나도 내 사업자를 내고
단골도 하나둘 생기던 무렵이다.
몇 차례 프리랜서 팀원으로 참여했지만
매번 불참하려니 그 또한 마음이 쓰였다.
결국 나는 사장님께 솔직히 말씀드리고,

내 일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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