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와의 인연
고객들의 자취방을 정리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늘 작은 바람이 있었다.
‘이 마법 같은 변화를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범한 자취방이 주는 특유의 친근함,
나와 닮은 누군가의 일상을 마주하는 공감,
그리고 마침내 정돈된 공간이 주는 짜릿한 해방감.
이 한 편의 영화 같은 서사를 오롯이 담아낼 수만 있다면 낭만적인 그림이 나올 거 같았다.
블로그에 글과 사진만으로 표현되는 한계가 많이 아쉬웠다.
주변에서도 나보고 유튜브 해봐라"며 부추기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좁은 방 안에서 삼각대를 세울 각도를 잡는 것부터 난관이었고, 무엇보다 ‘편집’이라는 미지의 세계는 나한테는 거의 공포에 가깝다.
파워포인트 하나 겨우 익힌 내게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라는 건, 마치 외국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말처럼 막막했다.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했다. 정리 현장에서 온 힘을 쏟고 나면 다른 곳에 쓸 마음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나중에 여윳돈이 생기면 그때 전문가를 불러서 제대로 해보자.’ 그렇게 그 꿈은 마음에만 고이 접어뒀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 강남에서 날아온 메일 한 통이 멈춰있던 내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전국 최초의 1인가구 전문 기관이라는 타이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 매니저님 한분이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읽고, 기획 중인 프로그램과 결이 꼭 맞을 것 같아 연락했다고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센터는 참 근사했다.
카페 같기도 하고 서점 같기도 한 세련된 공간, 한쪽에서 푸릇푸릇하게 자라나는 실내 텃밭의 상추들. 그 생경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나를 맞이한 건 앳된 얼굴의 청년 매니저였다.
얼핏 봐도 나랑 띠동갑은 족히 차이 날 법한 젊은 친구에게서 대화를 나눌수록 호감이 느껴졌다.
예의 바르고 공손하면서도 일에 있어서만큼은 눈빛이 단단했다.
'일 잘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신뢰가 쌓일 무렵, 그는 내 머릿속에만 있던 그 상상을 마치 읽기라도 한 듯 툭 꺼내 놓았다.
"각선생님, 강남 자취 청년들의 방을 함께 정리하고 그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촬영부터 편집, 홍보까지 전부 저희가 맡겠습니다."
그건 내 정리 인생에 찾아온 두 번째 기적이었다.
몇 달 뒤, 강남 청년센터 유튜브 채널에는
<나 혼자 정리>라는 제목으로 총 6편의 영상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그 영상들은 훗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몇 년 뒤 나를 방송국까지 데려다주었다.
물론 촬영하면서 늘 꽃길만 있는 건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몸도 마음도 고된 날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잘하고 있다"라고 나를 다독였다.
그 응원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돌아보면 정리는 내게 늘 그랬다.
내가 아직 부족하다고 느낄 때,
내 스스로를 의심하며 주저앉아 있을 때,
그때마다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나의 정리 세계는,
각선생을 믿고 격려해 주는 타인의 온기를 타고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