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받는 정리정돈은 대체 뭐가 다를까?
몇 년 전, 집에 머무는 기간이 유독 길었던 때가 있었다
이때 한창 티브이나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정리수납 컨설팅이 자주 소개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 정리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진짜 심각한 집 상태를 견디다 못해 본인이 직접, 혹은 가족이 대신 의뢰 하거나, 각 지자체에서 비 위생적 환경에 놓인 이웃을 위해 대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제 갓 독립해서 집을 예쁘게 꾸며서 살고 싶은 자취생이나 신혼부부 의뢰도 많았다.
저마다 사정은 달랐지만 개운하게 집 정리를 마치고 나면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대로 잘 유지하며 살겠다는 희망찬 포부도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전문가의 케어를 받아보고 만족한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다시 또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본인들이 했던 정리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정리 전문가에게 집 정리를 의뢰하는 사람 중에 스스로 정리를 아주 잘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드물다.
정리를 잘하면 남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들이 직접 하기 때문에 우릴 만날 일이 별로 없다.
대부분 정리 쪽으로 재주나 관심 없는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야무진 손끝에 더 감탄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여기서 놓친 중요한 사실이 있다.
전문가에게 받은 정리인데 왜 계속 유지는 어려울까?
물론 집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계속 잘 유지하는 집도 있고 단 며칠 만에 도돌이표 되는 집도 있다.
사람마다 각자 추구하는 정리의 기준들이 있다.
킬각이 나오게 정리 돼야 만족을 느끼는 이가 있는 반면, 쓰기만 편하면 아무 상관없는 이들도 있다.
전문가의 각 나오는 정리는 누구나 보는 이로 하여금 탄생이 절로 나온다.
근데 아무리 그 멋진 정리도 결국 생활하다 보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건 정리 전문가가 상시 대기 중인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남편 서재방 정리를 도운 적이 있다.
고객과 레슨 하듯 남편을 옆에 앉혀 놓고 하나하나 물어봐 가며 정성껏 정리를 마쳤다.
남편도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본인의 물건 하나를 못 봤냐고 물어본다.
마침 뭘 하던 중이라 직접 찾아보라고 했다.
며칠 전이라 나도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비슷한 물건끼리 뒀을 테니 그게 있을 법한 곳을 알려줬다.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아무래도 내가 그날 버린 것 같다며 혼잣말로 궁시렁댄다.
며칠 전 공로는 깡그리 잊은듯한 발언에 순간 기분이 확 상했다.
씩씩거리며 가서 찾아보니 내가 말한 위치에 그대로 있다.
다만 그 위에 뭐가 살짝 겹쳐 있어 잘 안 보였을 뿐이다.
이런 융통성 없는 인간을 보았나?
도대체 이 물건이 왜 안 보였던 거냐고 따져 묻자 남편은 멋쩍은 듯 지난번 정리로 갑자기 자리가 바뀌어 못 봤다는 핑계를 댄다.
사실 남편은 그동안 내가 정리를 마치고 나서 아무리 큰 글씨로 라벨링을 해놔도 잘 못 찾는다.
어디에 있다고 설명을 해줘도 대답만 잘할 뿐, 며칠 뒤 항상 그 물건이 어디에 있냐고 다시 물어본다.
고객과 1대 1 레슨을 할 때도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꼼꼼히 설명해 준 물건도 몇 시간이 지나면 고객이 못 찾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자잘하고 예민한 물건은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준 뒤 고객이 직접 정리하라 한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한 일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남이 해준 정리는 당장은 알 거 같지만 막상 뒤돌아서면 금방 까먹게 된다.
하루에 100개가 넘는 물건을 정리했는데 그중에 기억 안나는 1개의 물건이 갑자기 필요한 상황도 있다.
하필 그 물건이냐고 하겠지만 본인이 직접 정리하면 그 마저 물건도 기억할 확률이 더 높다.
아무리 실력 있는 전문가가 정리해 줘도, 기억적인 부분에선 본인 스스로 하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물론 정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배워야겠지만 말이다.
정리는 큰 마음먹고 한번 마쳤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한번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마구 먹어도 될까?
비싼 미용실에서 스타일링 받았다고 해서 그 머리가 평생 갈거라 기대하지 않듯 정리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전문가에게 받았다 한들 스스로 관리하지 못하면 결국 다시 요요처럼 돌아온다는 얘기다.
결국 유지를 잘하는 비결은 스스로 관심을 갖고, 꾸준한 노력만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