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셔야겠습니다

by HONEY

오후 여섯 시 반. 일주일에 한 번, 정시에 퇴근하는 날이라 직원들은 대부분 귀가했다.

비서들도 집으로 돌아가 한적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한 집무실 앞은 복도를 비추는 작은 등만이 빛났다.

나는 내 방에서 개발이 끝난 제품의 초기 수율 저하 대책을 고민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퇴근했을 이 전무의 방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잠깐 방 밖으로 나왔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얘기 좀 하시죠.” 오전 점검 회의 때 이슈는 이미 보고했고 대책까지 논의했으니 그 이야기는 아닐 듯했다.

이 전무가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권했다. 나는 가벼운 이야기를 던지며 테이블에 앉았다.

모든 일에 늘 자신에 차 있는 사람인데 그때는 뭔가를 감추려는 듯 말하기를 주저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조심스레 말을 했다. “저… 이번에 그만두셔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내 가슴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급전직하하는 것 같았다.

나는 내 감정을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애쓰면서 대답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단 두 마디만을 하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늘어놓았던 서류를 대충 책장에 넣고 가방을 챙겨 방을 나섰다.


밖을 나오니 땅에는 이미 늦가을 저녁의 어두움이 내려앉아 있었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처럼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 내게도 닥쳤다.

그렇게 나의 삼십 년 회사 생활은 갑자기, 나의 희망보다 빨리,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