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였습니까?

by HONEY

공식적으로 회사를 그만둔 지 여러 해가 지났다. 시간은 쏜살보다 더 빨리 흘렀다.

세월이 이만큼이나 흘러도 나는 여전히 퇴직 통보를 받은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놀라긴 했지만,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지금 회사에 남아 있는 내 또래는 거의 없고, 나의 퇴임을 결정한 윗 분들도 모두 야인이 되었다.

그런데 왜, 나는 성장을 멈춘 아이처럼 그만두라는 얘기를 들은 그날에 멈춰있는 것일까?


같이 일했던 사업본부 퇴직 임원들의 모임이 있었다.

다들 자신의 방식으로 잘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창업을 하고, 다른 회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그에 비해, 나는 퇴사 후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영혼을 담아서 하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도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많았다.

요즘도 가끔 나는 회사 다닐 때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개발 일정을 맞추려 안달하고, 제품의 불량 때문에 관련 부서와 싸웠다.

마치 군을 제대한 이후에도 오래도록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는 것처럼.


두어 해 전, 나의 퇴직을 결정하신 사장님과 골프를 하고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투정 부리듯 여쭤 보았다. “그때 왜 저를 자르셨어요?”

어떤 상황에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나의 ex-boss는 이유를 명쾌하게 얘기했다.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를 더 묻고 싶었으나 그러지는 못했다.

그 말은 입 안에서만 맴돌았을 뿐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다.

“왜, 그때였습니까?”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를 했다. 나였어도 그리 결정을 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삭히지 못한 분노는 시간이 흘러도 나를 괴롭힌다.

나는 그날 그 자리에 묶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 그때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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