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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그린 Apr 28. 2022

내 눈 속에 저장



둥실둥실 떠다니는 구름을 좋아한다. 짙은 푸른색의 하늘을 사랑한다. 아이 동영상 촬영이 많아진 덕분에 용량이 부족해 최근에 찍은 사진 양은 조금 줄었다.

하지만 그 애정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울긋불긋한 가을 나무 사이에 걸린 구름이나, 청명한 여름 하늘은 중복되는 구도임에도 매년 찍고 만다. 집을 떠나 장소가 바뀌면 그 지역의 하늘 사진도 빼놓지 않는다.  

   

실제 구름의 정의는 대기 중에 떠 있는 미세한 물방울이나 얼음 결정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상상력은 구름을 귀엽게 만들었다. 말랑하고 보드라운 느낌은 동심을 자극한다. 깨끗함을 손에 쥐고 싶지만, 아스라이 사라질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산 고개로 넘어갈 때면 구름 사이사이로 파스텔색이 물든다. 붓에 물감을 묻히고 물에 콕 찍어 희석하면 아마 그 색이 될 것이다. 깜깜한 밤하늘은 망망대해를 거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더 멀고 깊어 보인다. 그 안에서 반짝이는 것은 화질 좋은 카메라보다 내 눈으로 담는 것이 좋다.     


힘들 때, 답답할 때, 우울할 때, 마음껏 하늘을 올려다본다. 광활한 하늘을 보고 있으면 “가짜로 만든 하늘 아냐?” 하는 엉뚱한 상상을 짓게 한다. 커다란 구 안에 갇힌 우리는 인형의 집에서 사는 것 같다. 언젠가 그 뚜껑이 짠하고 열릴 것만 같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 우주의 먼지 한 톨만큼 작은 나란 사람.  그런 사람이 무언가를 이루겠다고, 해내겠다고 영차영차 힘을 쏟는 모습이 꽤 우습기도 하다. 하늘 아버지는 이 모습을 어떻게 보실까.      


“하늘” 검색어에 연관되어 나오는 내 앨범 속 1,300여 장의 사진. 비행기 사진이 눈에 띈다. 코에 훅 끼치는 면세점 냄새를 맡으며 짜릿하게 붕 떠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당장 가지 못하는 나 대신 “오늘 뭘 먹을까 “라는 고민을 비행기에 태웠다. 그리고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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