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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그린 Jul 13. 2022

미소 짓고 싶은 어른에게 들려주는 노래


“자기, 이 노래 모르지?”


외출 준비하는 나를 불러 세운 남편의 손가락이 장식장으로 향했다. 위에 놓인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밝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래된 노래가 아니라면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귀를 기울였다. 언뜻 들으면 가요 같지만 조금 더 듣자 애니메이션 주제곡 같이 느껴졌다.


“애니메이션 주제곡인가?”

“오 감 좋네. 제목 알아?”

“아니. 모르지.”

“미소의 세상이라고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야.”

무슨 세상? 난생처음 듣는 제목이었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괴짜 유치원 소녀 “미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한국에서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다. 이러니까 모르지. 우리 집은 투니버스가 나오지 않았다. 예전에 그걸 모르고 친구들이 말한 만화를 찾겠다고 채널을 다 돌려보았다가 머리만 아팠다.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서 투니버스 만화광인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스펀지밥을 무척 좋아했는데 “징징이”라는 캐릭터 성대모사를 자주 했다. 나는 눈치껏 다들 웃는 타이밍에 호탕하게 따라 웃었다. 어느 지점에서 웃기는지, 무슨 내용인지 몰랐지만, 그 순간을 잘 넘겼다. 그래도 다행인 건 밤마다 술자리에서 피워지는 이야기꽃이 스펀지 밥 말고 미팅, 소개팅이었으니 내가 소외될 일은 극히 드물었다.     


이미 아이는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는지 능숙하게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손가락을 삐쭉삐쭉. 위로 찌르고 아래도 찌르고. 팔은 하늘로 향해 벌리고 발끝은 바닥을 콕 찍었다. 몸과 머리를 흔들었다. 열심히 몰입한 춤사위를 감상하느라 정신없었다.


“얘는 무표정인 아이라 웃으려면 이렇게 입을 쭉 늘리고 웃어”

그 와중에 남편이 손가락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뭐야, 그게ㅋㅋ ”


잘 웃지 않는 아이의 이름이 미소라니. 그 부조화 속에 궁금증이 생겨 유튜브에서 검색했다. 시크한 눈매를 지닌 미소는 매력적인 친구였다. 하지만 진득하게 만화를 볼 생각은 없고 그저 이 노래에 관심이 생겼다.


아이도 주제곡에 흠뻑 빠졌는지 자꾸만 틀어달라고 했다. 가사 끝부분을 따라 부르더니 질문도 시작되었다.

“달라져 있다는 게 뭐야?”

“엄마, 왜 세상이 열려있어?”

“왜, 가로등 불 아래서?”

    

어린 시절은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만큼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럼에도 그 시절 내가 지닌 순수한 마음 같은 건 자꾸 생각난다. 불쑥 찾아온 만화 주제곡으로 아련함이 더 짙어졌다. 지친 어른인 나는 이 가사를 보면서 위로받았다. 울지는 않았지만, 괜히 울고 싶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나를 반긴 가로등 불이
하루를 견뎌내 온 내게 미소를 보내고     

까만 밤을 반짝이는 작은 별들이
내일은 다를 거라 내게 속삭이곤 하지     

오늘 하루 반복한 후회도
짜증 나게 한 내 안에 고인 조바심도
모두 떨쳐버렸으면, 모두 잊어버렸으면
몰래 감춰 왔던 진심 누구에게라도 크게 말할 수 있길   


https://youtu.be/lH8ryX-IkLU



작가님들께 와닿는 가사가 있으신가요?

살포시 미소를 지어봅니다.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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