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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그린 Aug 10. 2022

육아로 분노가 치민 부부에게 생긴일 1

남편이 뿔났다! 



2019년 가을이 끝나갈 무렵, 나의 무기력증이 시동을 걸고 있었다. 주말인 그날 나는 잠깐 나가겠다고 했고 남편은 아이와 집에 있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나에게 전화를 건 남편은 “산책 잘하고 와”라고 하며 여유롭게 말을 건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흔들리는 갈대를 바라보았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도 목적 없이 대충 나오는 바람에 다시 아이랑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보인 아이가 환한 얼굴로 나를 반겼다. 즐거운 아이와 다르게 남편은 어째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눈으로 거실을 쓱 훑었다.


남편은 왠지 내 눈치를 보는 듯했고 핸드폰만 뒤적거렸다. 뭔가 이상한 기분에 현관 입구를 바라보았는데 아이가 입었던 내복이 보였다.


생각해보니 위아래 세트로 주황색 귤 무늬 내복을 입고 있었는데 상의가 하트 무늬로 바뀌었다. 갈아입을 수는 있지만 내복이 세탁실이 아닌 저기에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가서 상의를 들어 올리자 목 부근이 뜯어져 있었다.


 “이거 왜 그래??”

순간 스친 생각은 아이랑 있기 힘들어서 화풀이로 ‘옷을 찢었나’였다.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화나서 이걸 찢은 거야? 힘도 세다. 헐크야. 뭐야”

화가   맞는데 옷이  입혀져서 그랬어. 애는 울지, 옷은  되지. 늘리다가 찢어버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복이  맞아서 이번만 입고 버리자 싶었다. 하필 아이와  둘이 있던 차에 옷을 갈아입혀야 했고 남편과 있으면  많이 우는 아이를 보면서 그가  곤란하게 했겠다 싶었다.


“자기가 그러고서 얘는 괜찮았어?”

“아빠가 뭐하나 싶었겠지. 나를 빤히 쳐다보더라고. 에휴..”


그의 깊은 한숨이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남편은 감정이 차분해지면서 아이에게 미안했는지 토닥이며 사과했다. 그 내복과 이제 안녕이었고 우리 아이가 머리가 조금 큰가 보다 하며 넘겼다. 육아, 정말 고된 감정 노동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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