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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그린 Aug 19. 2022

육아로 분노가 치민 부부에게 생긴일 2

내가 뿔났다!



아이가 6개월 무렵, 어떤 영문인지 잘 놀다가도 앵하고 우는 일이 잦았다. 우는 원인 중 하나는 잘 놀아주던 엄마가 자리를 뜰 때였다. 살짝 몸을 일으키기만 해도 얼굴이 삐쭉거렸고 큰 소리로 계속 말을 걸어도 우는 소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이의 성장은 폭풍같이 휘몰아치며 7개월 정점을 향했다. 덕분에 푸석푸석한 얼굴을 얻었고 체력은 반납이었으니 억울한 상관관계도 체념하며 받아들였다.    

 

새벽 5시쯤, 그날도 어김없이 깬 아이를 재우고 조심스럽게 자리에 내려놓았다. 가장 큰 미션을 잘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쉽게 청하지 못했다. 단전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화가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지독한 성장기 동안 생활 패턴은 무너지고 인내심이 살살 건드려졌다. 그렇게 우울감은 분노로 변했고 난 괴물이 되었다. 손에 잡히는 건 뭐든 내던지고 싶었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에 당장 병원에 가야 하나 싶었다.     


 결국 선택한 건 침대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치는 것이었다. 애가 깨든지 말든지. 퍽!!! 퍽!!!!

        

정말 딱 두 번 내리쳤는데 방문 밖에서 쿵쿵 발소리가 났다.     


“누구세요?”     


잠이 덜 깬 남편 목소리였다. 부리나케 현관으로 향한 그를 보면서 “설마?”하던 생각이 “헉”하고 바뀌었다.


띠리릭. 현관문이 닫히고 웅얼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안방으로 점점 가까워졌다.


아니,  열었는데 아무도 없어. 택배시킨  없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터지는 웃음을 막느라 바쁜 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이 새벽에 누구야. 대체"

단잠을 깨운 개념 없는 누군가(?) 때문에 여전히 성이  남편은 정신없이 웃는 내가 신기하다는 눈치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대로 안방을 나갔다.


나중에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 일은 대수롭지 않았지만 어째 실성한 듯한 아내가 조금 무서웠다더라. 


그날 아이가 다시 깨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의도치 않게 똥개 훈련을 시켜 미안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분노의 침대 내려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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