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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그린 Sep 13. 2022

전업주부가 일을 찾는 과정

내가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온 시간이 4년이 넘었다. 그동안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으니 집에 있는 모습이 누가 보아도 자연스럽다.


딸아이는 어느덧 4살이 되었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남편이 밤에 아이를 재우러 들어가면 다음 날 아침까지 육아 해방이었고, 재우는 일도 예전에 비해 수월해졌다.


그러다 보니 드는 생각은 나도 경제 활동이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막했다. 아르바이트조차 하지 않고 바로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한 우물만 판 덕분에 다양한 경험이 부족해 망설여졌다.


사람과 부대끼지 않으며 살아온 시간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기보다 더 숨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와 지내면서 젖어버린 생활 패턴은 쉽게 깨기가 어려웠다.  


아이가 늦잠을 자면 자는 대로 하루의 시간은 뒤로 미뤄지고 제약 없는 아침은 늘 늦장을 부리게 했다. 그나마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오전 시간을 부지런하게 쓰지만, 약속된 시간에 나가기 위해 나를 꾸미거나 뛰어다닐 필요가 없었다. 어찌 보면 여유롭고 한가한 삶이다.


일하는 친구들의 아침은 바쁘다. 대부분 친정과 가깝거나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남편이 어린이집 등.하원을 담당해주는 경우가 많다.


나는 매일 긴 시간을 부탁드릴 여건이 되지 않았고 작년부터 코로나로 어린이집 내 확진자가 많아 가정 보육을 오래 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창궐한 지 2년이 넘었고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친구들은 많다. 나는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아르바이트부터 찾기 시작했다.


6개월을 나와 딱 붙어서 보내다 보니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두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곳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 어플을 뒤졌다. 적절한 구인광고를 보고 들뜬 마음으로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알바 공고 보고 문자 드렸습니다]


난생처음 아르바이트 지원이었다. 두근거리며 기다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직 날짜 마감은 아니었지만, 공고를 올린 지 며칠이 지나있었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안 될 것 같아 범위를 두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의 역량을 발휘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여러 날이 지나고 우연히 인터넷 페이지를 넘기던 중 눈을 이끈 공고가 보였다. 시에서 운영하는 복지 사업으로 영유아 프로그램 교사를 구하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시간대였다. 하지만 일단 지원부터 하기로 했다. 바로 서류를 보내달라고 말씀하셨고 그 뒤로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줌으로 열리고 처음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들은 환하게 웃으시며 나의 긴장을 풀어 주셨고 메일로 소통하는 가운데 용기를 주는 말도 해주셨다.

“선생님 일하기로 하셨다고요. 너무 좋아요”

“선생님과 함께하게 되어서 기뻐요”

“선생님, 힘든 일 있으시면 주저 말고 이야기해주세요”   

    

주춤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굳은 의지가 솟아올랐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업무 시간은 짧고 적은 돈을 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종종 선생님들과 만날 기회도 생겼다.


별것 아닌 일이 엄마가 되고 나서 특별해졌다. 사실 가장 기뻤던 것은 “나”라는 존재를 환영해 준 것이다. 어쩌면 내가 여기 있노라고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만 돌보았던 나의 시야를 조금 넓혀서 나를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현재는 수업 받는 아이들이 아프기도 해서 일이 멈춰졌어요. 조금이나마 달라졌던 저의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님, 독자님들 모두 무탈하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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