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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eye Apr 20. 2016

무서운 시간

독 짓는 늙은이를 보며


밤은 항상 밝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분명 다시 돌아올 그 밤은 어제의 그 밤은 아닐 것이다
독을 짓는 늙은 이는 일그러진 화면 속에서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고
흙을 만지는 아이는 손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다시 돌아온 사내에게 늙은 독은 부셔야하는 존재고
이미 오래전부터 깨어지고 있었다
돌아온 집의 문은 배가 고픈지 매우 말라 있고
나도 사내도 늙은이도 아이도
독을 지어야 한다

어둔 밤이 나를 보담어 주고 깨어진 파편 사이로
끓여준 죽 한 사발 얻어먹기도 어렵기만 하다
오늘도 배불리 먹기는 다 틀렸다
누군가 죽어야 내 몫이 많아지는데
산 사람 옆에 놓고 죽기를 바라고 있으니
사람 목숨 모질기고 죄 안지었으면 극락으로 가야지

밤 사이에 달은 수척하게 반절만 남아 있고
누군가 부는 대금소리에 청승맞은 놈들은 고향생각에
잡소리만 해댄다

가마솥 추운겨울 따뜻하고 더운 여름 시원하고
죽은 친구와 내기를 하며 밤을 밝히며 사람을 기다린다
꼭 봐야 할 사람을 말이다

해방이다 고향 찾을 시간이다
그래도 나는 가마를 지키고 기다린다
무슨 사연이 있길래 뭘 인간사 흔히 있는 이야기인데

잠없는 늙은이의 이야기 들으며 이 밤과 글은 깊어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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