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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eye Apr 20. 2016

당신 나무

생명

나무 한그루 심을 용기는 누가 주나요?

자라는 뿌리를 자르고, 기둥을 들어 옮기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자.
나를 잡고 있는 것 하나 남기지 말고 떠나자.
산속으로 가기에는 그 곳은 너무나 평안하다.
그곳은 내가 갈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그곳은 내가 설 자리가 아닌 것 같아서,

숲을 이루는 세상에 내가 나무인 것은 비밀로 하고 떠나자.
알지 못하게 땅도, 숲도, 공기도, 물도, 빛도,

알아주지 않는 다고 섭섭해하지도 말자.
내가 떠나기를 원하는 거라면 알리지 말자.
척박한 곳으로 가자. 뿌리없는 나의 모습으로 가자.

나는 빛을 찾는 것도 아니고 물을 찾는 것도 아니다.
생명이 없는 곳으로 가자. 그곳에 새로운 생명이 되자.
기둥이 되고, 뿌리가 되자, 자랄 것이다.
잘라서 다시 자라면 되는 것이고 다시 숨쉬면 되는 것이다.

물이 그리워, 숲이 그리워, 땅이 그리워,
그리워 하다보면 다시 자랄 것이다.

떠난 곳을 그리워말고 떠날 곳을 그리워하자
그래야 자랄 수 있다.
시간을 바라보고 두눈을 고정시켜 보자.

힘을 내요. 당신. 생명.
당신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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