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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 eye Apr 20. 2016

학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수업이 진행 중인 학교는 분주하다. 운동장 햇살 가운데를 뚫고 오는 호루라기 소리와 아이들의 이유모를 이야기 소리는 끝이 없다. 수업과 수업 사이의 휴식시간에는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학생들의 기운이 더 느껴진다. 절제했욕망을 분출하는 것일까? 아니면 절제를 해야 하는 다음 시간이 다가 오기 때문에 더 몰아치는 것일까? 아쉬움을 달래는 잠깐의 10분이 지나면 다시 복도에는 정적이 찾아온다. 리코더 소리가 들리는 반,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이 들리는 반, 끝없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반. 각 교실에서는 그 교실만의 소리가 들려온다.
 더욱더 가만히 학교에 귀를 기울여 본다. 교실 소리 복도 소리 운동장 소리. 이 모든 소리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살아가는 소리일 것이다. 이런 생명이 있는 소리에는 모든 삶의 감정이 묻어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보려 하지만 아직은 나에게는 듣는 귀가 없는 듯하다. 익지 않은 포도를 맛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듯이 그 삶의 소리가 나에게 들리지 않는다고 그곳에 삶이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들리지 않지만 소리가 있었고, 내가 다니는 길이 외도 길은 있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길 밖에도 세상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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